▲여수 오림동 진남체육공원 내 6.25참전학도병기념비.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전남 지역 학도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기념행사가 처음으로 여수서 열린다.

6.25참전학도병충혼선양회와 육군 제7391부대, 순천보훈지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남 지역 학도병 6.25출전 64주년 기념식’은 오는 14일 오후 여수 오림동 진남체육공원 내 6.25참전학도병기념비 앞에서 거행된다.

기념식에는 생존 학도병과 유가족, 여수 지역 8개 보훈단체와 10개 안보단체 회원,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와 전남지부, 육군 장병,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64년 전 6.25전쟁 발발로 서울과 대전·전주가 함락되고 정부마저 부산으로 피난하던 1950년 7월13일, 전국 최초의 순수 학도중대가 결성된다.

전남 지역 18개 중학교에서 모여든 180여명의 학도병들은 입대의무가 없었던 15~18세의 학생 신분임에도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 혈서를 남기고 국군 1사단 15연대에 자원 입대하게 된다.

이들은 6개 소대의 학도중대(중대장 육사8기 정태경)로 편성돼 9일 간 기초훈련만 받은 채 적 점령지인 전주로 향하는 열차에서 처음으로 소총을 지급받는다.

첫 전투에서 전북 임실까지 진격하는 큰 성과를 냈다가 다시 여수 율촌까지 퇴각했으며, 이후 구례구역를 거쳐 연대와 함께 도보로 경남 하동으로 이동하게 된다.

7월25일 새벽, 먼저 퇴각하는 연대장으로부터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야산 진지에서 인민군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은 학도병들은 M1소총만 가지고 전차와 박격포로 무장한 인민군 6사단 선봉대대에 맞서 혈투를 치른다.

무모하리만치 처절했던 이 전투로 결국 학도병 70여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만다.

하지만 학도병들의 사활을 건 혈투로 적군이 부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10시간동안 차단해 피난민과 경찰, 국군 등의 퇴각 및 아군의 낙동강 최후방어선 구축에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간을 확보하는 공을 세운다.

이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한 실화로 한국전쟁사에 여실히 기록돼 있다.

학도병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경남 진주 촉석루 전투에 참전해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등 최후 방어선으로써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후 함안전투와 진동사수전투 등 낙동강 최후 방어전투에 미군 25사단과 함께 격전을 치루지만, 이 과정에서 병력 18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사하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 같은 전남 지역 학도병들의 피맺힌 구국의 충혼은 지난 2012년 10월에서야 6.25참전학도병동지회 정효명 여수지회장의 증언과 남아있는 일부 기록 등에 의해 문서화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학도병 출신지는 여수가 가장 많은 76명, 순천 54명, 광양과 보성이 각각 13명, 강진 7명 등이며, 생존 학도병은 30여명 이내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참전 64년이 지나도록 학도병의 출신지역과 학교별 정확한 인원 등 현황파악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특히 국가차원의 유해발굴과 기념행사 등 이들의 조국애를 기리기 위한 선양사업의 필요성 또한 절실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서울과 강원, 경북, 포항, 대구, 하동 등 타 지역의 경우 6.25참전 학도병을 소재로 한 영화제작과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선양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전남 역시 향후 관련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남 학도병의 경우, 징집이 아닌 6.25전쟁 발발 후 가장 먼저 자원입대한 학생들로 결성된 순수 학도병이라는 점에서 후대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산 역사의 밑거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고효주 여수시지회장은 “전남 학도병의 최초 자원입대일로부터 꼭 64주년이 되는 날에 맞춰 첫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기념식을 시초로 다양한 선양사업이 여수에서 추진됨으로써 진정한 호국충절 도시로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