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붉은악마 응원티셔츠를 독점 판매하고 있는 홈플러스(사장 도성환)가 된서리를 맞았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초 대한축구협회·붉은악마와 손잡고 공식응원 티셔츠 독점공급업체로 지정돼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세월호 참사 등 잇단 악재로 사실상 ‘독점’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창고에는 수십만장의 재고만 쌓였다. (CNB=신상호 기자)
응원티셔츠 독점판매로 대반격 나섰지만
세월호 참사·16강 좌절로 재고만 쌓여
16강 좌절 확실시되자 ‘떨이’ 판매까지
‘패배’ 미리 맞춘 셈…씁쓸한 뒷맛 남겨
홈플러스는 지난 4월 3일 ‘2014 브라질 대한축구협회/붉은악마 공식 슬로건 티셔츠’ 국내 독점업체로 선정됐다.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독점판매권을 갖게 된 것은 홈플러스로서는 굉장한 기회였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최근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매출 실적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가 생겼단 점에서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최근 2년 새 수익이 급감했고, 매출 증가율도 제자리 걸음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 홈플러스 베이커리 등 3개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3.25%(2980억원)로 2011년 영업이익률 5.8%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홈플러스는 응원티셔츠 독점공급을 경쟁사들에 대한 ‘대반격’의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전국 139개 점포와 인터넷쇼핑몰을 비롯해 익스프레스, 365플러스 편의점 등 홈플러스의 전 유통채널을 총동원해 티셔츠 공급에 나섰다. 티셔츠 한 장 당 가격은 1만7900원으로 상당한 수익이 예상됐다.
독점 출시를 기념해 공식 응원 티셔츠를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5천원 할인쿠폰을 증정했으며, 붉은악마 티셔츠 보상판매, 공식 응원 머플러 증정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쳤다. 티셔츠 판매를 통해 고객을 유인해 매출증대를 꾀하겠다는 ‘1석2조’ 전략이었다.
마케팅 공세가 본격화될 즈음인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공식티셔츠 독점공급에 나선지 13일만이었다.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기면서 월드컵 마케팅은 사실상 ‘올스톱’ 됐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유통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자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쇼핑·여행·주류·외식업 등이 직격탄을 맞는 등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침체분위기가 확산돼갔다. 더구나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평일 새벽에 몰리면서 응원열기가 예전만 못하게 됐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16강 진출을 바라면서 다시 월드컵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시기에 맞춰서는 홈플러스 매장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붉은악마 공식티셔츠를 입고 판촉에 나서는 등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전국 139개 전 점포에서 응원티셔츠 2장을 사면 1장을 덤으로 얹어줬다. 행사 제휴카드로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도 붉은악마 티셔츠를 나눠줬다. 이 밖에도 세계맥주 5병/캔에 9500원, 국내산 32형 XPEER LED TV를 29만9000원에 내놓는 등 축구 관람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초특가에 판매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18일 러시와와 1:1로 비겼고, 23일 알제리에 2:4로 패했으며, 급기야 27일 벨기에에 0:1로 완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재고 수십만장 눈물의 ‘땡처리’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홈플러스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벨기에 전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26일 정가 1만7900원의 티셔츠를 1만원에 2장씩 판매하는 1+1 방식으로 ‘땡처리’ 했다.
소비자들은 싸게 구입하면서도 썩 편한 마음은 아니었다. 마치 홈플러스가 16강 진출 실패를 기정사실화한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홈플러스가 16강 진출 실패를 예상하고 재고량을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27일 현재 공식 응원 티셔츠는 전체 재고 물량 115만개 가운데 80만장이 팔리면서, 69%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아직 35만장의 재고가 남았지만, 한국의 예선 탈락으로 재고량 판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일부 익스프레스점에서는 자체적으로 1만7900원의 티셔츠를 2000원에 판매하는 ‘눈물의’ 파격 세일까지 단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1만원에 티셔츠 2장을 판매하는 1+1행사를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향후 판매량 추이에 따라 티셔츠 사은품 증정 등을 통해 재고량을 소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