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권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를 방문하면 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며 “현재 한국 철강산업과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긴 하지만 임직원들 및 고객과 함께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취임식 때 밝힌 대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POSCO the Great’를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의 군살을 빼고 '철강'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했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 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경영임원의 수는 50% 이상 줄였다.
기존 탄소강, 스테인리스, 성장투자 등 사업 분야별로 운영하던 조직을 철강사업 및 생산 등 핵심기능 위주로 조정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정책 등을 조율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게 했다.
조직을 정비한 권 회장이 가장 중점을 기울인 것은 임직원, 주주, 고객, 공급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결속을 다지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
취임 즉시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던 권 회장은 연이어 광양제철소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그 동안 경기악화로 위축돼 있던 임직원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특히 전국 주요 사업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실시하는 보직자 대상 '토요학습' 행사에 직접 강사로 나서 경영철학을 설명하는 한편 여성 임원들과 '도시락 간담회'와 전국 사업장을 순회하며 실시하는 경영자 토크 콘서트인 ‘IP콘서트(Innovation POSCO)’도 직접 주관해 회장으로서의 ‘권위의 벽’을 낮추고 임직원과의 소통을 늘렸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직접 투자설명회를 주관하고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경영전략에 대해 투자자들과 기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했다.
국내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를 방문한 데 이어 데 이어 일본 자동차 부품사인 주오정기 등도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다.
권 회장은 또 1·2차 거래업체가 있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또한 지난 100일간 주요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상층부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취임과 동시에 어려운 회사 경영여건을 감안해 급여를 30%를 자신 삭감하겠다고 앞장서 다른 임원들도 급여 삭감운동에 동참하게 했고, 임원 집무공간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도록 했다. 포스코 윤리규범을 개정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는 아예 경조금을 일절 받지 않도록 명문화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권 회장 취임 이후 개선된 성과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켠 것은 에너지분야. 국내 최대 민간 석탄화력 발전 허가업체인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가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내놓은 첫 인수ㆍ합병(M&A) 결과물이다.
동양파워는 지난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0만kW 규모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으며 동양시멘트의 강원도 삼척 폐광부지에 발전소를 건설하게 된다.
이로써 포스코에너지는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안정적으로 민간발전업계 1위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발전소 건립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ICT 등 계열사들 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그룹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본연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마케팅 실적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제선급협회가 선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새 규정을 발효하자 포스코는 이 규정에 맞춰 개발한 강재와 이용기술을 신속하게 제공해 고객사들이 선박설계와 건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5월까지의 솔루션 마케팅 판매량은 40만톤으로 전년 대비 두배의 실적을 올리고 있고 올해 목표한 100만톤 판매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 등 수익성이 높은 강재를 소비하는 7대 산업군을 선정해 판매활동을 집중한 결과 같은 기간 이 분야 판매량이 680만톤에서 738만톤으로 8.5%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국GM과 함께 GM의 차량 설계기술과 포스코의 강재기술을 융합해 경량 차체를 개발하고, 첨단 초고강도 강판 등을 GM의 글로벌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키로 해 고부가가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구조 쇄신을 위한 행보도 빨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한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7% 포인트 가까이 저렴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상환함으로써 연간 570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는 전략적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컬러강판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민원 보상이 완료된 동부당진발전도 에너지 분야의 미래 수익성 창출을 위해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재무적 부담에 비해 그룹사내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인수 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권오준 회장의 취임 100일 축하는 미국에서 먼저 날아 들었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17일 제29차 글로벌 철강전략회의(SSS; Steel Success Strategies)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World-Class Steelmaker Rankings)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포스코를 5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내실있는 성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기반의 솔루션마케팅 활동 등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높이 평가 받아 기술혁신, 고부가가치 강재생산 및 하공정 사업 분야 등에서 전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