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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서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장터

[경북의 전통시장]③ 영남 3대 시장 명성 떨친 상업 중심지 영천공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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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06.17 19:21:50

▲영천공설시장 전경.(사진/김희정 기자)

안동구시장, 대구약령시장과 함께 영남의 3대 시장 중 하나로 알려진 영천공설시장은 문헌이나 구전에 의하면 조선중말엽 시기에 남천변에 개장했다. 이후 교통의 발달과 인구증가, 주위 여건의 변화로 1955년 지금의 완산동으로 옮겨왔다.

영천은 예부터 대구~경주~포항~안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동해안 수산물과 내륙의 농산물 교역이 활발했다. 이 때문에 영천시민은 물론, 인근 시·군과 멀리는 울산, 경남지방 사람들까지도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거래하고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영천 인근의 각 고을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빠른 말을 타거나 느린 말을 타더라도 결국 영천장에 가면 만난다는 말이고, 어차피 인근서 갈 곳이라곤 영천장 밖에 없다는 뜻이다.

5일마다 큰 장이 서는데 2일과 7일이 장날이다. 하루 평균 5000명, 장날이면 2만여명이 찾는다. 요즘에는 굳이 장날이 아니라도 품질 좋고 값 싸며 인정 넘치는 시장으로 소문나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2004년 시설현대화작업을 거친 영천공설시장은 1~4지구로 나눠져 있다. 1지구는 곡물류, 2지구는 곰탕 골목, 3지구는 잡화, 4지구는 신발, 의류 등이 몰려 있어 필요한 종목별로 구경할 수 있다.

▲영천공설시장 돔배기 골목 전경.(영천공설시장 제공)

◆시장의 명물 돔배기와 소머리 곰탕

영천공설시장에서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곳은 돔배기 골목이다. 돔배기는 상어 고기를 소금에 절여 2~3개월 숙성시켜 만든 것으로 옛날 동해안에서 잡은 상어를 영천으로 옮기기 전에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발달한 갈무리법과 염장기술이 그 기원이다.

시장 내 돔배기 골목에는 약 25곳이 성업 중이다. 전국 시장 규모의 50% 정도인 연간 500여t의 돔배기가 판매된다. 돔배기가 성인병 등에 좋은 웰빙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요즘은 택배를 통해 돔배기가 전국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영천공설시장이 돔배기로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까다로운 입맛의 고객들 때문이다. 외지인들이야 돔배기 맛을 잘 모르지만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나 잔칫날, 제사상에 돔배기(상어고기)를 올리는 경상도 지역 사람들은 좋은 고기인지 아닌지 금세 알아차리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언제나 최상급의 고기를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

돔배기와 함께 영천공설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것이 소머리 곰탕이다. 소뼈와 고기를 가마솥에 넣어 푹 고아서 내는 소머리 곰탕은 번성하던 영천 우시장의 영향으로 특화됐다. 곰탕 골목에 들어서면 커다란 가마솥에 24시간 소뼈와 족발, 내장 등을 고아내 만드는 곰탕집 9곳이 모여 있다. 이곳의 곰탕은 쫄깃한 고기와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곰탕뿐만 아니라 수육, 순대국밥, 선지국밥 등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영천공설시장의 또 다른 별미는 즉석에서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맛도 보장되는 보따리 만두이다. 만두피에 잡채와 야채를 섞어서 파는 보따리 만두집에선 잡채를 프라이팬에 볶고 반죽을 팬에 두른 뒤 그 위에 잡채를 얹은 후 반죽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재빨리 보따리 접듯 접어야 완성된다. 조금만 늦어지면 반죽이 완전히 익어서 붙질 않기 때문에 빨리 싸야 되는 게 이 보따리 만두의 매력이다.

크기에 비해 가격도 개당 600원으로 저렴해 출출한 장꾼들과 고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장날에 맞춰 시장을 방문하면 묵과 죽, 민물고기, 뻥튀기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고객 편의시설 조성으로 대형마트 당당히 맞서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천공설시장은 농산물 교역은 물론 소머리국밥, 돔배기 등 먹거리로 유명하며 삶의 애환을 나눴던 만남의 장이었다.

▲영천공설시장의 장날 풍경.(영천공설시장 제공)

2000년대 들어서는 유통시장 개방으로 대형마트 등의 급속한 확산에 맞서 시설 현대화와 편의시설 조성을 통해 새로운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눈여겨 볼만하다. 전국 전통시장 최초로 고객건강증진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장보기중 여가시간에 러닝머신, 전신안마기, 근력운동기구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2, 3층엔 240여대를 주차할 수 있으며 3층 주차장의 경우 공연 등 야외무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만남의 광장 문화센터에서는 고객 및 상인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뿐 아니라 돌잔치, 회갑연 등의 공간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농교류카페도 만들어 차, 커피 등을 마시며 편안하게 대화하며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시장 내에 LED전광판, PDP방송모니터, 방범시설 CCTV 등을 설치해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을 돕고 있다. 시장 곳곳에는 벽화나 그림 등을 그려놓아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매년 어린이 전통시장 그림 공모전을 통해 미래 고객을 위한 행사도 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 노력으로 최고 등급 받아

이러한 영천공설시장의 시장 활성화 노력이 빛을 발해 지난해에는 연이어 수상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2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활성화수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경북도내 198개 시장 중 7개 시장만이 포함됐다.

상인회 주관 공동사업 실시능력과 만남의 광장, 전통시장카페, 고객건강증진센터(헬스장)와 주차장 보수, 방범CCTV 첨단화설치 등 고객 편의시설 확충과 그동안 지속적으로 실시한 다양한 이벤트행사 등에서 타시장과 차별화 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그동안 공동마케팅 행사와 5만원이상 상품을 배달해 주는 부르미 사업을 시행하는 등 시장 활성화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인정받아 같은 해 10월 제7회 경상북도 우수시장 상품 전시회에서 경북도지사 단체상을 수상했다.

김영우 영천공설시장 상인회장은 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 및 마케팅 홍보전략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제10회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영우 상인회장.(사진/김희정 기자)

◆영천공설시장 김영우 상인회장 인터뷰

2009년 취임한 영천공설시장 김영우(58) 상인회장은 340여 점포 800여명의 상인들과 함께 대형 할인점의 증가 등으로 위축된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회장은 “5년 전부터 영천공설시장을 녹색클린시장으로 만들어 손님들이 더욱 신선하고 알뜰한 장보기를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며 “깨끗한 시장, 원산지 및 가격표시를 잘하는 시장,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편리한 시장, 고객선을 지키는 시장을 만들고 고객의 불만요소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영천공설시장은 1년간 시장을 찾아준 소중한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자 경상북도와 영천시, 영천시의회의 후원으로 지난 10여 년 전부터 ‘영천큰장고객사은대잔치’를 열고 있다.

‘싱싱한 상품을 값싸게 기분 좋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행사 기간 동안 상품세일은 물론, 남녀노소가 참여할 수 있는 경품권 추첨, 문화공연 등을 마련한다. 김 회장은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사비를 들여 지역의 보훈가족 150여명을 초청해 위문행사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시민들과 관광객, 상인들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며 화합하는 열린 축제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영천공설시장의 위상을 정립하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영천의 정서가 듬뿍 녹아있는 생동감 넘치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상인들이 새롭고 발전적인 생각을 해야 대형마트의 편리함이나 친절함에 길들여져 있는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들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점포청결, 제품신선, 원산지표시는 정확한가, 유통기한을 준수하는가, 적정온도를 유지하는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LED조명을 사용하는가 등 고객사랑 시장만들기 다섯 가지 약속을 상인들 스스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젊은 연령대의 고객 유치를 위해 현재 55% 정도인 카드가맹점 비율을 점차적으로 끌어올리고, 내년에는 경북도와 영천시의 지원을 받아 시장 내 DJ부스 형태의 방송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과 상인들 간 이야기 거리를 공유·공감하고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 등 음악이 흐르는 시장을 조성해 장보는 즐거움과 색다른 추억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영천공설시장은 물건을 사러오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고 영남의3대시장이며 경상도 최대의 농산물 교역 시장이자 서민들의 애환과 숨결이 배어있는 곳”이라며 “한 움큼 더 얹어주는 덤과 기분 좋은 에누리가 있는 시장을 많이 이용해주길 바란다. 시장상인에게는 밝은 미래를, 고객에게는 믿고 찾을 수 있는 시장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경북=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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