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관피아에 의해 유린된 국가안전시스템의 붕괴에 대해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비전문 정치권 인사를 상임이사로 낙점하려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무능력한 관료, 정치권 인사들이 국가 기관의 요직을 차지해 국가안전 시스템을 무력화 시켜버린 것이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또 다시 정치인을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대놓고 국민을 무시하는 파렴치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수광양항의 항만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영본부장을 맡게 될 상임이사로 사실상 내정된 인물은 새누리당 목포시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축협조합장을 지낸 양 모 씨다.
해당 분야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경영본부장, 상임이사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다음 주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이 임명할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후보 3인 중에서 공사 사장이 최종적으로 1인을 선임한다는 것은 단지 절차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정권 차원에서 이미 새누리당 당협 위원장 출신인 양 모 씨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 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 측의 입장이다.
사실상 내정된 양 모 씨는 지난 17대 대선당시 MB선거 캠프 농업 특보를 지낸 인사로 대선 이후 한국농어촌공사 낙하산 비상임 이사로 재직하며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았을 뿐 아니라, 18대 대선 당시에도 새누리당 목포시 당협 위원장을 맡는 등 정권창출에 기여한 정치권 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른바 ‘적폐’를 거론하며 국가개조 차원의 쇄신을 약속한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항만, 물류 산업은 커녕,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일면식도 없는 비전문 정치권 인사를 공사의 요직인 상임이사로 낙점했다는 것은 대통령의 약속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며, 공공기관 근로자와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언론을 통해 검찰까지 나서 ‘관피아’ 척결의지를 천명했으면서도, 이미 해수부 출신 관피아들이 장악하고 있는 항만공사에 또 다시 정치주변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과연 대통령과 정부가 관료출신, 정치권 출신 인사의 공공기관 임원 선임을 막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임직원들은 항만개발 및 운영의 경험을 수 십 년간 쌓아온 항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이며 본부장직을 책임질 상임이사는 조직의 사업을 일선에서 직접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어 그 어느 직위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관련 법률(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서도 공공기관의 임원은 해당기관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관의 이사로 선임하도록 엄격하게 명시돼 있다.
따라서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당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학식을 갖춘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관피아, 해피아 보다 더욱 심각한 ‘적폐’는 소위 정치주변부에서 무위도식해온 정치꾼을 공공기관에 내려 보내는 정치적 보은차원의 낙하산 인사다.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법률과 국민의 분노를 나몰라라 하며 또다시 정치꾼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안위를 제2, 제3의 세월호 사태로 내모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는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낙하산인사 음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와 대통령의 약속대로 관료출신, 정치권 출신의 비전문가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했다.
노조는 또 이들의 요구가 들어지지 않을 경우 낙하산 인사 선임 무효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투쟁 뿐 아니라 관련 인사의 출근저지 투쟁 등 조직적 역량을 결집해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는 한편,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책임은 낙하산 근절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