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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를 이어온 전통 떡의 자부심

좋은 재료를 써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떡의 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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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05.08 17:32:37

▲최금화씨와 며느리 이현정씨가 함께 떡을 포장하고 있다.(사진/김락현 기자)

구수하고 쫄깃한 맛은 기본이요. 투박하지만 예스럽고 기품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는 우리의 전통 떡. 하지만 빵과 과자, 기계식 떡이 보편화 되면서 점차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언젠가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품은 전통 떡이 다시금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 믿으며 전통 떡의 명맥을 잇고 있는 가족이 있다.

1대 임재희(84) 할머니가 운영하는 임맞이 전통떡집(구 성화방앗간)과 2, 3대가 운영하는 임금떡집 안동점, 영주점이 바로 그곳이다.

이들은 우리 쌀과 농산물을 활용하고 전통의 방식으로 떡을 만들면서도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떡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산물 첨가한 전통 떡으로 특허까지

임금떡집 안동점의 주인인 최금화(여·60)씨는 친정어머니인 임재희 할머니의 뒤를 이어 전통 떡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에 큰 잔치나 명절이면 며칠 밤을 새며 일했어요. 어머니 밑에서 일을 도와 가며 자연스럽게 떡 만드는 법을 배웠죠.”

금화씨는 영주에서 임 할머니와 떡집을 함께 운영하다 신메뉴 개발과 특허 등록, 대량생산 등 자신만의 꿈을 위해 안동에 따로 가게를 냈다.

3곳의 떡집 중 유일한 소매점이기도한 임금떡집 안동점의 폐점시간은 오후 6시경이지만 보통 4시가 되면 떡이 다 팔린다.

효자 종목은 뭐니 해도 기지떡과 인절미이다.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떡은 입에서 입으로 그 맛이 전파돼 안동, 영주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역에서까지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화씨는 2009년 전국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안동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중소기업사업자 교육을 통해 특허, 상표등록방법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마, 고구마 등 안동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기지떡을 만들어 특허를 냈다.

기지떡 특유의 시큼한 맛이 없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호박과 마를 활용한 인절미와 식사대용으로 작게 포장된 쑥인절미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또 금화씨는 안동시와 함께 안동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떡을 대량 생산해 간고등어, 찜닭처럼 안동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서류상의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공장 설립, 인력채용 등 현실적인 사안들로 인해 잠시 보류 중이라고 한다.

◆젊은 세대 입맛 잡는 떡 만들고파

금화씨의 아들 박근용(35)씨와 며느리 이현정(35)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05년 8월 고향에 내려왔다.

대학동기인 이들은 호텔조리과를 나와 외식업체를 다닌 경험을 토대로 신영주 번개시장 인근에서 임금떡집 영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개업 초기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밤을 새며 새로운 떡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부부의 이런 노력은 이내 결실을 맺었다.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 부석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떤 분이 6되 분량의 떡을 썰어 한 입 크기로 포장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했어요. 6되면 몇 천개의 양인데 아는 분들 다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서 맞춰드렸죠.”

다른 떡집에서 난색을 표했던 일을 최씨 부부가 해낸 것이다.

이들의 정성과 떡 맛에 반해 그 후로 석가탄신일, 의상대제 등 부석사의 모든 제사와 행사에 쓰이는 떡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임재희 할머니와 아들 최종창씨.(사진/임맞이 전통떡집 제공)

일거리가 많아지면서 4명의 자녀를 키우는 현정씨에게 지역 어르신들의 도움은 무척 고맙다고 했다. 현정씨의 떡집은 일종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장을 보고 그냥 돌아가지 않고 지역 어르신들은 현정씨의 떡집에서 떡을 빚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100개짜리 커피믹스를 사놓으면 일주일을 채 못 간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어르신들이 자주 현정씨의 떡집을 방문하는지 알 수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제가 친딸 같고 며느리 같다며 두 팔 걷고 도와주십니다. 쑥 같은 떡에 들어가는 재료도 어르신들이 직접 캐다가 주시기도 하고요. 너무 고맙고 죄송해서 떡이나 차비를 챙겨드리곤 합니다.”

현정씨는 최근 사업이 안정되고 3명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교육과 올바른 먹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의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떡케이크 만들기 등의 체험수업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현정씨의 꿈은 떡 체험관을 만들어 떡을 이용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현정씨는 “아이들과 더불어 전통 떡을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체험과 교육을 통해 빵에 익숙한 아이들의 입맛을 건강에도 좋은 떡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선물용으로 선정된 할머니의 주먹떡

금화씨와 현정씨로 하여금 전통 떡을 계승하게 한 장본인인 임재희 할머니는 영주에서 임맞이 전통떡집(구 성화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임 할머니는 떡 제조에 있어 최대한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옛날 가마솥에 왕겨, 나무를 넣고 쪄낸 쌀을 시아버지께 물려받은 떡메로 쳐서 떡을 만들었다고 했다.

임 할머니는 아들 최종창(54)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임 할머니는 ‘ㄱ’자 모양으로 굽은 허리를 이끌고 떡을 만들기 위한 재료준비부터 찌고, 써는 일까지 직접 나선다.

아들 종창씨도 임 할머니 곁에서 떡을 만든 지 30여년이 됐지만 할머니는 아직 100% 아들 종창씨에게 맡기지 않는다. 임 할머니에게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종창씨는 “어머니는 전통 떡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무조건 우리 농산물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콩이며, 팥이며 모든 재료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하신다”고 강조했다.

임 할머니가 직접 만든 떡의 맛과 품질은 인근지역 주민들 뿐 만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유명하다. 이곳의 주 메뉴이기도 한 주먹떡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청와대에 선물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인절미에 팥을 묻혀놓은 것인데 옛날 수수단자와 비슷한 모양의 떡이다.

임 할머니는 “우리 애들도 어린나이에 나와 일을 거들었을 정도로 예전에는 떡을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빵이다 뭐다해서 떡을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3대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떡집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대학생인 종창씨의 아들이 할머니와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저나 어머니보다 아들의 뜻이 더 확고합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하며 물려받겠다고 하니 그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임 할머니로부터 아들 종창씨와 딸 금화씨, 그리고 외손자 내외에 걸쳐 3대를 이어온 전통 떡의 명맥이 계속 이어진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대구=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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