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역사의 전통 5일장인 봉화상설시장은 경북 봉화군 봉화읍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에 내성천이 있어 지역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매년 여름에는 은어축제가, 가을에는 송이축제가 열려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 봉화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원래 내성장으로 불렸으나, 장터가 있는 내성면이 1956년에 봉화면으로 개명되면서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내성장은 비록 산골에 있지만 ‘들락날락 내성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가 제법 좋았다.
영동선 철로가 뚫리기 전에는 영월, 삼척, 태백, 울진, 안동, 예천 등 강원도와 경북 북부에서 찾아온 장꾼들이 500명이 넘을 정도였으나 1980년대 100명이 채 안될 정도로 줄었다.
이후 시장 주변으로 중형마트가, 인근 영주시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에 봉화군과 상인들이 힘을 모아 시설을 현대화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옛 명성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2, 7일 열리는 장날에는 산간 오지에서 거둬온 산나물, 고추, 참깨, 송이, 잡곡류, 한약우 등 싱싱한 농산물과 임산물이 계절마다 나온다.
봉화상설시장의 장날이면 상인도 점포도 2배로 는다. 기존 점포 수 만큼의 난전이 자리를 펴기 때문이다. 이상할 것도 없다. 알뜰살뜰 가꾼 소소한 먹을거리라도 가지고 나와 파는 것이 우리네 전통장날의 풍경인 까닭이다.
또 시장 한구석에서는 인심 좋고 정 많은 시장 상인들은 넉넉히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침을 척척 부쳐내고, 탁배기도 한 사발 내어 온다. 파는 건지 그냥 나눠먹는 건지 알 수 없는 먹자판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뭐하니껴? 이거나 먹어보소 고마~” 하는 상인의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입안엔 부침개 한 점이 물려져 있다. 허물없는 정겨운 모습이다.
봉화상설시장 상인들의 인심은 지난 동지 때 마련한 전통시장 이용객 감사의 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상인들은 봉화시장문화사랑회의 공연과 팥죽 500그릇을 나눴다.
한 해 동안 시장을 이용한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잔치 한마당인 것이다. 상인회원들이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50만원도 봉화읍사무소에 전달해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나눔의 기쁨을 함께 했다.
이런 소소한 인심과 오가는 정이 시장의 전부가 아니다. 경북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봉화의 시장이지만 손님을 맞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완료된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시장 전체에 아케이드가 설치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시장입구에 공공화장실을 짓고, 250여대의 주차가 가능한 공영주차장도 마련했다. 공영주차장 외에도 인근 내성천의 둑에 500여대의 주차가 가능하다.
봉화상설시장 고객 대부분이 봉화군민이다. 이에 봉화군에서는 타 지역의 시장이나 대형마트로의 고객유출을 막기 위해 버스요금을 낮췄다. 봉화군 어디에서 버스를 타도 왕복 요금2,400원만 내면 된다. 봉화군민들이 굳이 높은 시외버스 요금을 들여 타 지역 시장으로 가지 않고 연중 봉화상설시장을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아울러 ‘들락날락 봉화시장’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을 펼쳐 시장에 문화의 색을 입혔다. 2012년 사업이 완료됐지만 지금도 시장 곳곳에선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시설현대화와 문화사업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지개를 활짝 편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내성천과 봉화상설시장을 잇는 터널 및 전망대, 송이와 은어조형물이 설치됐다. 터널이 준공됨으로써 은어축제와 송이축제 시 관광객들에게는 시장 이용의 편의를 제공하고, 시장에는 경기활성화와 주차난 해소, 지역민들에게는 교통사고를 예방 효과를 준다. 봉화상설시장 상인회에서 시장경기 활성화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건의한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최근 봉화상설시장에는 또 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시장과 내성천 사이 슬레이트 주택지를 매입해 대규모 먹거리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330㎡(100평) 규모의 먹거리센터가 조성되면 대형 한약우 전문유통단지와 식당을 비롯해 산야초, 장독 뚝배기 등 봉화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한 곳에서 맛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백두대간 협곡열차 등을 이용, 봉화를 찾는 대규모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 생기게 돼 관광객 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토지 및 주택보상이 98%가량 마무리 됐으며, 조만간 봉화군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지원으로 50억원을 들여 착공, 내년 상반기쯤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봉화상설시장 김의열 상인회장 인터뷰
봉화상설시장의 김의열(76) 상인회장은 “봉화상설시장은 정직한 생산물을 신선할 때 판매하는 곳”이라며 “이런 신뢰야말로 시장의 강점이고, 신뢰를 유지를 위해 134가구 200여명의 모든 상인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을 넘어서서, 그 지역의 전통과 인심을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믿을 수 있는 물건, 속이지 않는 상인이 있는 시장, 인정이 넘치는 시장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말처럼 시장에 내놓는 물건의 품질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봉화상설시장이지만 단골고객이 아니라면 시장 내 어느 가게의 물건이 가장 좋은지 모를 수가 있다.
김 회장은 이럴 때 주저하지 말고 시장입구 농·특산물전시판매장에 자리한 상인회 사무실을 노크하면 된다고 했다.
“상인들의 화합과 권익증진은 물론, 고객들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상인회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상인회에 들르면 최상급의 송이를 파는 가게, 봄나물이 싱싱한 가게, 생선이 저렴한 가게 등 고객의 입맛에 맞춰 안내하는 쇼핑도우미가 되어줄 것입니다.”
김 회장은 상인회가 고객과 상인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했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의 판매가 가능한지, 수량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한 후 고객에게 알려줍니다.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고객들은 미리 주문을 하고 구입하러 오면 되는 거죠.”
먼 곳에서 봉화상설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헛걸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상인회가 고객과 상인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내가 살고 봐야한다는 구태의연한 상인의 모습에서 탈피해 시장 전체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고 고객을 대해야 떠나간 고객들의 발길도 돌릴 수 있다”며 “그것만이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특히 “봉화상설시장을 처음 방문한 고객이 ‘진작 와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행복한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친절과 경영마인드 등 지속적인 상인교육을 진행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