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노리는 ‘한양의 수도성곽’이 최종 관문을 넘기 위해 북한산성 내 왕의 공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가유산청이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면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현지 실사에서 ‘방어 시설’을 넘어 ‘전란 시 통치 거점’이라는 기능을 얼마나 구체적 자료로 증명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고양시는 오는 5일 오후 2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북한산성 행궁지 발굴성과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 정밀 발굴을 진행한 결과를 집약해 공개하는 자리다.
북한산성 행궁은 숙종 38년인 지난 1712년 건립한 왕의 별궁이다. 내전과 외전을 포함해 129칸 규모로 조성했고, 유사시 국왕이 머물며 정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1915년 대홍수로 매몰된 뒤 터만 남았으며, 2007년 사적으로 지정한 이후, 2011년 시굴을 거쳐 장기 조사를 이어왔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유산 심사 일정과 직간접적 연관성이 이어졌다.
최종 판단은 오는 2027년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심사 과정은 성곽의 축성 기술뿐 아니라, 유산의 기능과 관리 체계를 함께 검증한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을 하나의 수도 방어 체계로 설명하는 구조에서, 북한산성 내부의 통치 공간이 갖는 역할을 구체화해야 전체 서사가 완결된다.
국내 선례도 존재한다.
남한산성은 지난 2014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성곽과 함께 행궁을 핵심 구성 요소로 제시해 ‘비상시 국정 운영 공간’이라는 역사적 기능을 분명히 제시했다. 이번 발표에서 숙종대 행궁 건립 과정의 물자 조달 체계, 조선 후기 행궁 건축 제도와 기술, 보존·복원 및 활용 방안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사는 송인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한다. 이어, 신영문 서울시 세계유산등재팀장, 이승연 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실장, 박현욱 경기문화재단 책임연구원이 각각 건립 배경과 건축 기술, 보존 전략을 발표한다. 종합 토론에는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서봉수 백두문화연구원 원장, 조재모 경북대 교수, 한욱빈 한국건축안전센터 소장이 참여한다.
고양시는 학술 논의를 토대로 보존관리 계획과 현장 운영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발굴 성과를 복원 범위 설정, 안전 기준, 관람 동선 설계와 연결해야 심사 과정에서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성 행궁지가 단순 유적 공개를 넘어 세계유산 체계 속 기능적 축으로 자리 잡을지, 이번 학술 무대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