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여인형 짓밟은 尹 면전서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 떠넘기나” 꾸짖어

尹 “싹 잡아들이라는 것은 반국가단체”…홍 “이재명·우원식·한동훈이 반국가단체냐?” 반박

심원섭 기자 2025.11.21 09:45:36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열린 내란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관련 지시 여부를 놓고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짓밟는 발언을 하자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 면전에서 대놓고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앞서 지난 13일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여 사령관이 자신에게 ‘방첩사에서 체포 명단을 갖고 활용하는데 지원을 요청한다’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위치 추적은 영장 없이는 안된다. 여 전 사령관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친구, 완전히 뭘 모르는 애 아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이 “들었다”고 답변하자 윤 전 대통령은 “‘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ㅅ) 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걸 시키고, 여 전 사령관은 지시를 받아 이런 걸 부탁한다는 게 연결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그러면 여인형이 독자적 판단으로 체포하려고 한 것이냐”고 되물었고, 윤 전 대통령이 “그 이야기는 계속했다”며 말을 끊자, 홍 전 차장은 “그게 핵심”이라고 강조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거듭 다른 질문을 하자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일개 군 사령관이 이재명 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여당 대표를 체포·구금하고 신문하겠다고 하겠느냐”고 쏘아붙이면서 “피고인, 부하한테 책임 전가하는 것 아니죠? 여인형이 왜 그런 요청을 한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 관련 지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수사를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라고 답변했고, 홍 전 차장은 “평소 같은 합법적 (상황)이라면 영장이 필요하겠지만, 비상계엄이 발령됐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는 게 이미 탈법적 상황이지 않느냐. 탈법적, 초법적 상황이기 때문에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앞서 홍 전 차장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10시 53분쯤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내용에 대해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 때 방첩사 수사관이 50% 이상 줄었기 때문에 방산에 대한 방첩 대응이라든지 이런 게 부족해 국정원이 많이 도와주라는 얘기를 정무회의에서 들어봤냐”고 물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대공 수사권 이야기는 국정원이 (방첩사의) 콘트롤타워로서 좀 확실하게 지원해 주라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냐”라며 “‘방첩사 역량 보강 좀 해라’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받아들이지는 못했냐”고 되물었다.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질문은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대공 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방첩사 지원을 주문한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홍 전 차장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얘기는 누구를 잡아들이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말도 안 썼고, 반국가단체라는 말도 안 썼는데 내 계엄 선포 담화문을 보고 잡아들이라는 얘기를 반국가단체로 이해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며 “반국가단체는 대공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거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 전 사령관이 제게 소위 체포조 명단을 불러주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소환한 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전직 군 수뇌부 3명,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 등 전·현직 경찰 지도부 4명의 세 사건을 병합해 내년 1월 중순쯤 최후변론을 3일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오는 1월 5·7·9일 최후변론과 PPT를 통해 최종적으로 얘기할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으며, “다만 증인신문 등 절차가 지연될 것을 대비해 오는 1월 16일까지 예비기일로 잡아뒀다”고 밝혔다.

내란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기소된 이래 약 1년 만에 변론이 종결될 전망이며 아울러 선고는 통상 결심공판 이후 한두 달 걸릴 것을 감안해 2월 중순 법관 정기 인사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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