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취임 후 첫 광주방문을 앞두고 “5월 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가 되고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은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 계획을 밝힌 뒤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간 5월 영령들 앞에 고개 숙이겠다”며 이같이 밝힌 뒤 “5·18민주묘역 조성·5·18특별법 제정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우리 당 강령에는 5·18 민주운동 정신과 산업화 정신을 동시에 계승한다고 명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저는 이 두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위대한 기둥이라 확신한다”며 “오늘 우리의 이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국민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진심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호남 방문은 ‘호남 정기 방문 프로그램’ 첫 일정으로 이날 장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도 동행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5·18 단체들과의 간담회와 함께 북구 임동의 더현대 광주 복합쇼핑몰 예정 부지, 첨단 3지구 국가 AI 데이터센터 등을 방문하는 등 호남 민심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안태욱 광주시당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광주방문은 국민통합 의지를 실천하고, 호남과 수도권의 당 지지세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매달 장동혁이 호남과 함께 한다(월간호남)’와 ‘매달 장동혁이 호남을 찾아간다(국민통합 정기배송)’라는 슬로건으로 미래지향적 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장 대표는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과 12·3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등 ‘윤 어게인’ 등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행보를 이어왔던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약세 지역인 호남 민심을 겨냥해 ‘한 달에 한 번 호남 방문 프로그램’을 세웠지만, 계엄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 없이 ‘계엄 트라우마’가 깊은 광주를 찾는 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장 대표는 5·18 3개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와 5·18기념재단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계획했으나 대부분이 불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광주 81개 시민단체는 5일 공동 성명을 통해 “5·18을 폄훼하고 내란을 옹호한 장동혁 대표는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광주시민단체들은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 대표의 호남 방문의 목표는 ‘국민통합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장 대표의 언행을 돌아볼 때 이번 광주방문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보여준 발언과 행보는 극단적 이념에 치우친 국민 분열의 정치 그 자체로 호남의 민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위선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광주시민단체들은 “지난 2019년 장 대표가 판사로 광주지법에 재직할 때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을 맡아 전두환의 불출석을 허가하며 사실상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골프를 치면서 12·12 가담자들과 오찬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광주시민단체들은 “장 대표가 지난해 3월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5·18 때 북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던 도태우 예비후보의 공천을 옹호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데 동조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광주시민단체들은 “올해 2월에는 대전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내란 주범인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했고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윤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면서 장 대표는 지난달 18일 윤씨를 면회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광주시민단체들은 “장 대표가 그동안의 위헌적 언행에 대한 어떤 반성과 조치 없이 광주를 찾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두 번 모욕하는 일”이라며 “여전히 내란을 정당화하고 있는 장 대표는 계엄의 총칼 아래 희생된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말하려면 오월영령과 광주시민에 대한 사죄가 먼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항에서 그동안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을 펴다 중단한 일이 반복됐던 만큼 장 대표의 행보가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 시선도 있다.
이에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가 그동안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주장하거나, 탄핵 반대에 대한 입장을 뒤집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호남 방문이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늘 광주 현지에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표할 방침”이라며 “호남 지역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전향적 메시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