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단체로 시정연설 보이콧…결국 ‘반쪽 시정연설’
민주당 “작년엔 尹이 거부, 올해는 국힘이 보이콧”
국민의힘은 4일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검은색 마스크와 넥타이에 어두운색 정장 차림에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로텐더홀 입구에 도착하자 일부 의원들은 ‘범죄자 왔다. 범죄자’, ‘꺼져라’, ‘재판받으라’ 외쳤으며, 심지어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웃으면서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웃지마’라고 막말을 퍼붓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웃으며 장동혁 대표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장 대표도 반응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특히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법 84조에 따라 중지된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언급하면서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이 (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재명 정권의 치졸한 야당탄압 정치보복과 특검의 ‘야당 말살 내란 몰이’ 목적의 무리한 정치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작년 12월 3일 밤 국민의힘 107명 의원 누구도 의총 공지 문자 메시지로 표결을 포기하거나 방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을 국민 앞에 증언한다”면서 “당시 의결정족수가 채워졌음에도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까지 표결을 미룬 우원식 국회의장을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야당 인사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전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판부터 재개돼야 마땅하다”면서 “야당 지도자급 인사들에 대한 망신주기식 수사는 반헌법적인 야당탄압 정치보복”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민생을 얘기하지만, 정작 민생을 위한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에 모습을 감췄다”면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만 이용하는 이중적 행태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당 문대림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악랄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대통령 시정연설마저 보이콧한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문 대변인은 “시정연설 보이콧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직무 유기”라며 “작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거부하더니 올해는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 하는 등 이 같은 기막힌 ‘릴레이 보이콧’이야 말로 정치쇼”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이 동석한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약 20분간 만나 사전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보이콧 및 규탄대회를 의식한 듯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자, 이 대통령은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국민의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아주시면 참으로 감사하며 대화하고 조정하는 게 국회의 역할인 것 같다. 의장님과 국회 지도부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외교 성과를 거론하면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우리 대법원장님을 포함해 헌재, 선관위, 감사원 등 기관장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셔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한 장면이 눈에 띄었으며,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짧게 “예, 예”라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6분쯤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문 앞부터 연단 앞까지 양측으로 서서 박수를 치며 환영했으며, 이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우 의장에게 먼저 인사한 뒤 텅 빈 국민의힘 의원들의 좌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약 22분간 연설하는 동안 모두 33차례 박수를 쏟아내며 호응했으며, 특히 이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언급하자 큰소리로 환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비록 여야 간 입장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다시 한번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한 소회를 드러냈으며,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중앙 출입구가 아닌 왼편 통로로 이동해 도열한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소수 정당 의원들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