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尹 면전서 “尹, 한동훈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했다”
한, SNS에 “참담하고 비통” vs 尹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두 달 가량 앞둔, 지난해 국군의날(10월 1일) 술자리에서 “(한동훈을) 잡아와라. 내가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알려지자 “참담하고 비통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3일 오후 곽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증언이 알려진 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10월 1일 당시는 제가 여당 대표로서 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료사태 해결, 김건희 여사 비선에 대한 단속, 김 여사에 대한 민심을 반영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청하고 있었을 때였다”면서 “참담하고 비통하다”라고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이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지난해 국군의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있었던 모임에서 오고 간 대화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선포 전부터 ‘비상대권’ 같은 말을 언급하고, 정치인 등 체포까지 암시했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저녁 8시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 모여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국 상황과 관련한 얘기와 함께 ‘비상대권, 특별한 조치’ 같은 말을 들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에도 일부 포함된 내용들을 증언했다.
그러자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증언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거나 혀를 차면서 직접 신문을 통해 “당시 저녁 식사 자리가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 무슨 시국 이야기할 건 아니지 않았느냐”고 부인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작심한 듯 잠시 한숨을 쉬더니 윤 전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호칭하며 “지금까지 말을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말하겠다”며 “당신이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며 ‘당장 내 앞에 잡아 오라’고 그러지 않았느냐. 당신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곽 전 사령관은 “이때까지 검찰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고 ‘한동훈 얘기했다’고만 진술했다”며 “당신이 방금 그 얘기를 안 했으면 제가 끝까지 안 했을 텐데, 그 얘기까지 하시니 마저 말씀드리겠다. 그 대화 앞뒤 상황에서 비상대권 얘기를 했다”고 말을 이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술자리에서는 소맥 폭탄주가 10~20잔 돌아서 만취한 거 아니냐”고 말하자 곽 전 사령관은 “술을 많이 먹은 것은 맞지만 군인이 통수권자 앞에 있는 게 보통 상황이 아니다. 웬만한 군인들은 아무리 먹어도 그런 상황에서 정신이 멀쩡하다”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들은 윤 전 대통령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추가 질문은 하지 않았으나 휴정 시간에 윤 전 대통령과 대면한 변호인단은 별도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여쭈었을 때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명히 얘기 했다”면서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변호인단은 “실제로 오늘도 ‘한동훈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는 등 본인이 직접 들은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며 “취재진들도 변호인단의 입장을 꼭 참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