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10일 오전에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 대표가 이른바 ‘내란 청산’을 강조하면서 위헌 정당 심판론을 띄우는 것과 관련해 “여당 대표는 걸핏하면 ‘해산’ 운운하며 야당을 겁박하고 모독하는 반(反)지성의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서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 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협치를 외치면서 야당 파괴에 골몰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국정 운영을 그만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뒤 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를 향해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송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과 관련해 “남은 것은 실천이고 국민의힘은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집권 여당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의 모습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집권 여당의 일방적인 폭주와 의회 독재의 횡포만 가득하다”면서 “일당 독재의 폭주를 멈추고, 무한 정쟁을 불러오는 선동과 협박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송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의 대미 관세 협상 결과를 비롯해 미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관계 발언 등 외교·안보 현안을 고리로 신랄하게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또한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3대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거론하며 여당의 ‘입법 독주’ 공세도 펼쳤으며, 특히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에 대한 비판도 연설에 담았으며, 아울러 송 민생·경제 챙기기를 통해 대안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메시지도 발신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여야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대선에서 제기된 여야의 공통 공약 과제를 중심으로 청년고용 대책,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배임죄 폐지 등을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과만 한다’던 자신의 공언을 접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손을 잡았으나 전날 대표연설에서 거듭 ‘내란 청산’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해산될 수 있다’고 위협해 여야의 대화와 협치 복원 다짐이 하루 만에 균일 조짐을 보였다.
특히 정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며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않으면 위헌 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란’이라는 단어를 26번이나 반복하는 대야(對野) 강공 모드를 이어가는 등 사실상 “내란에 대한 사과 없이는 협치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국민의힘 장 대표는 연설 직후 “너무 실망스러웠다. 오늘 정 대표의 연설은 양보가 아니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 대표가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야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0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정 대표가 먼저 협치의 판을 깨뜨렸는데 우리가 협치를 구걸할 수는 없다”면서 “내란 정당해산을 운운하는데 민생경제협의체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 여당과의 협치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뜻에 따르기보다는 핵심 입법 과제에서 마이웨이식으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당정 간 엇박자가 있다는 인상을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 정 대표를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공세를 벌였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더 센 특검법’을 여야 협치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대에도 오는 11일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민생협의체의 운영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특검법 개정안이 사실상 자당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고 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 한 영남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민생협의체의 전제조건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국회에서 파트너로 인정해 협치하고 서로 논의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 처리가 강행될 경우, 국민의힘은 여당이 자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고 그에 맞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이달 말 본회의에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인 점도 여야 충돌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여야가 순수 민생 현안에는 협력 의향도 보이고 있어 일부 사안에 대한 제한적인 여야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장 대표는 이날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는 강릉 지역을 찾아 “이런 문제야말로 여야정 민생협의체에서 해결해야 할 좋은 주제”라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