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이 독립정신 부정? ‘광복절 망언’ 김형석의 줄행랑

심원섭 기자 2025.09.09 11:36:34

국회에서, ‘도둑 기자회견’ 하다 시민들 항의로 ‘줄행랑’

국회 직원·취재진까지 뒤엉키며 소동…국힘 김민전도 사라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가운데)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뒷문으로 도망치다 광복회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광복회 등 많은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에 20분 가까이 국회 소통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대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 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립정신의 성지이자 공공기관인 독립기념관 위상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극소수 광복회원을 앞세운 정치세력이 겨레누리관을 20일째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관장은 “민주당 천안지역 당원들이 관장 출근 저지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지난 8·15 경축사와 관련해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사와 불법 점거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을 듣고 기자회견장을 찾은 충남 천안 출신인 민주당 이재관 의원이 “회견을 주최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배석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다”면서 “즉각 기자회견을 중단하라”고 항의하기 시작했으며 국회 사무처 관계자도 참석자들을 향해 “발언을 중단하고 내려오라”고 경고했다.

김 관장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보수 시민단체들이 이 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맞서는 사이 취재진의 눈을 피해 기자회견장 뒷문으로 도망쳤으나 민주당 문진석·이정문 의원 등 천안 출신 의원들과 국회를 찾은 독립운동가 후손, 시민, 그리고 취재진과 마주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난동을 유발했다”고 항의하며 즉각 퇴진을 촉구했으며, 특히 회견 전부터 현장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매국노 김형석 파면’, ‘해임’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김 관장을 향해 ‘매국노’ ‘파면하라’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고, 기자회견이 끝나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김 관장을 에워싸며 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빠져 나가는 동안 회견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 관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포착됐고, 김 관장은 앞을 가로막는 남성을 향해 “당신은 누구냐. 왜 못 지나가게 막는 것이냐”며 소리치기도 하는 등 주차장까지 100m가량 이동하는 동안 15분 넘게 대치하자 김 관장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일부 시민들의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한 명이 인파 속에 넘어지면서 구급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항 속에서 가까스로 소통관을 빠져나온 김 관장은 승용차에 올랐으나 민주당 문 의원이 차 문을 붙잡고 “그동안의 언행뿐 아니라 오늘 기자회견도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치 않다. 사과하라”고 외쳤으나, 수많은 사람이 몰려 안전 문제가 우려돼 결국 차 문에서 손을 뗐고 김 관장은 국회 도착 약 1시간 만에 도망치듯 국회를 떠났다.

직후 기자들과 만난 문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야말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할 분들인데 (김 관장은) 그런 분들을 폭도 취급했다. 또 마치 우리들(천안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식의 기자회견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명백한 허위 사실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상습적으로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던 김 관장이 오늘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난동을 유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으켰다”며 “오늘 회견은 결론적으로 목적도, 절차도, 내용도 모두 엉터리였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앞서 ‘백골단’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회견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을 두고 “김 의원은 기자회견장에 함께 서지도 않고 먼발치서 회견이 진행되는 것만 확인하고 자리에서 사라져 기자회견장을 김 관장과 괴조직의 독자 무대로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선 의원도 회견 중에 자리를 비웠고 회견장 사용 규칙을 무시해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회견이 중단되는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정치 쇼로 전락했다”며 “김 관장은 자신의 역사관과 발언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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