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유통] 아침으로 채우는 ‘존엄’…이랜드복지재단 무료 급식소 가보니

홍지후 기자 2025.09.05 09:24:10

하루 여는 식사를 찾아
아침 7시부터 몰려들어
대접받는 기분 들도록
대기실까지 따로 마련
맛+친절함으로 만족도↑

 

지난 3일 이랜드복지재단이 서울역 인근에서 운영중인 무료 급식소 '아침애만나'를 찾았다. 누군가에겐 그저 한 끼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존엄'이 달린 문제인 아침 식사. 따뜻한 밥과 국, 반찬으로 가장 굶주린 곳에 존엄을 배불리는 이곳을 둘러봤다. (사진=홍지후 기자)

성장 제일주의 시대에 유통업계에서 상생의 가치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와 가까이서 호흡하는 유통 기업들은 저마다 ‘함께’의 의미를 들여다보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와 더불어 나아가는 사례를 차례로 살핀다. <편집자주>




“여기서 아침을 먹어야 하루가 시작돼요.”

누군가의 하루를 여는 이곳. 지난 3일 오전 7시경 서울역 인근 무료 급식소 ‘아침애만나’에서 만난 김 씨(70대)는 이같이 말했다.

급식소는 오전 7시부터 약 한 시간 반 동안 아침을 제공한다. 본격적인 배식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6시 반부터 3층 대기실엔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다. 거동이 불편한 손님은 1층 식사 홀에 앉아 배식을 기다렸다.

 

오전 7시. 3층에서 2층 식사 홀로 내려간 사람들은 식탁에 앉아 배식을 기다렸다. 자원봉사자들이 식판을 직접 가져다주며 사람들의 허기를 달랬다. 반찬통을 들고 돌아다니며 필요한 반찬을 리필해주기도 했다. 주로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 노숙인들이 급식소를 찾았다.

 

(위에서부터) 3층 대기실에서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손님들, 손님들에게 반찬을 리필해주는 자원봉사자, 아침 식사 후 약을 먹는 손님 (사진=홍지후 기자)

미아리에서 20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이곳을 찾는다는 최 씨(80대)는 “혼자 살아서 밥해 먹기 힘든데, 아침을 주니 감사하다. 밥이 집밥 같고 맛있다”고 했다.

숙대입구역 인근 노숙인 시설에 거주한다는 오 씨(30대)는 “시설이 오전 7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이곳에 밥을 먹으러 온다. 오리 로스 등 고급 반찬이 나오고 봉사자분들도 친절하니 좋다”고 말했다.

무료 급식소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맛과 서비스 때문일까. 이른 시간임에도 멀리서 온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양평에서 5시 반 첫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왔다는 문 씨(70대)는 “아침은 여기서만 준다”며 “다른 곳과 비교해 봐도 여기가 제일 밥이 잘 나온다”고 했다.

김 씨(70대)도 “오전 5시에 일어나 안산에서 버스 타고 한 시간 만에 왔다”며 “약 먹기 위해선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존엄’과 ‘연대’의 한 끼



이렇듯 사회 취약 계층의 ‘모닝 파라다이스’로 입소문 난 ‘아침애만나’는 지난해 7월부터 이랜드복지재단이 서울역 인근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다.

이날 만난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CNB뉴스에 “급식소의 키워드는 ‘존엄’”이라며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더라도 최대한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 이어 “서서 기다리게 하지 않고 대기실을 마련한 것도, 손님을 먼저 앉히고 자원봉사자들이 식판을 가져다 주는 것도, 식사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다 존엄을 위한 실천”이라고 했다.

아울러 급식소는 주 1회 우쿨렐레 강의, 월 1회 변호사 법률 상담, 미용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단순한 끼니 제공을 넘어서 소외 계층의 사회 참여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 유 씨는 “손님들은 파스를 붙이고, 침을 맞고도 사람이 그리워서 오기도 한다”며 다 같이 아침을 먹고 모여서 활동하는 급식소의 ‘소통’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어 “손님이 ‘감사하다’는 한 마디를 건네는 등 작은 성의 표시가 봉사의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왼쪽) 급식소 옆 쪽방촌, '아침애만나'가 준비한 점심 도시락 (사진=홍지후 기자) 

‘아침애만나’가 아침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점심 도시락도 약 200끼를 준비해 거동이 어려운 인근 쪽방촌 주민에게 배달하고, 매주 화·목요일엔 짜장면·컵밥 등을 서울역 인근에서 나눠준다.

이렇게 개소 후 약 1년 2개월간 ‘아침애만나’는 하루 평균 약 600끼, 5일 기준 누적 약 20만 끼를 제공했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아침애만나’를 방문하면 누구나 ‘존엄한 한 끼’ 식사를 통해 대접받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힘과 위로, 회복이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랜드, 순이익 10%를 ‘상생’ 사업으로



이랜드복지재단 ‘나눔’의 원동력은 이랜드 그룹 차원의 지원과 지속적 자원봉사다. ‘아침애만나’의 급식 재료는 이랜드리테일(이랜드킴스클럽, 팜앤푸드 등) 물류센터에서 수급해 온다. 조리·배식은 인천·경기권 마가공동체 소속 교회 성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이렇듯 급식소는 100% 후원·봉사로 운영되는 민간 주도형 모델이다. 이랜드그룹은 계열사별로 기부 예산을 편성해 순이익의 10%를 이랜드복지재단 등에 기부한다. 이 기부금은 이랜드복지재단 사회 공헌 사업의 후원금으로 쓰인다.

‘아침애만나’ 외에도 이랜드복지재단은 ▲위기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 가정에 주거비,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에스오에스위고(SOSWEGO)’, ▲노인복지관 등을 운영 중이다.

(CNB뉴스=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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