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7월말 “남북한 만남보다는 미-북한 만남을 먼저 권장하라”고 조언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이번에는 “경주 APEC으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오지는 못한다.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게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지난 번에는 머나먼 베트남까지 김정은이 갔으니 이번에는 트럼프가 경주 APEC에서 바로 북한 땅으로 날아들어간다면 올해안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는 새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27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에서 북한 땅 중에서도 특히 김정은이 특별히 아끼는 원산 갈마반도로 트럼프가 가라고 조언했다.
김정은 고향이자 해안 관광지구로 개발 마쳐
원산은 김 위원장이 특히 아끼는 지역이다. 그의 어머니 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만경봉호를 타고 원산항을 통해 입북했으며, 할아버지 김일성도 1945년 소련 배를 타고 원산항으로 입국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은 세 번째 부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어린 시절 어머니 고영희와 함께 원산 초대소(김정일이 별장으로 사용한 휴가 시설)에서 자란 것으로 여러 기록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런 탓인지 김 위원장은 원산을 자주 찾았으며, 김정은의 동선이 한동안 오리무중인 가운데 "사실은 원산 초대소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곤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즈음해서는 원산 인근의 마식령에 국제 규모의 마식령 스키장을 오픈한 바 있다. 올림픽 스키 경기를 마식령에서 한다는 구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원산에서도 특히 경치가 아름다운 갈마반도에 북한은 지난 6월 24일 김정은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준공식을 열었다. 갈마반도 명사십리 4km 구간에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리조트, 호텔, 쇼핑몰 등이 조성되었으며, 갈마국제공항과 접근 고속도로 등이 구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당선 뒤 북한에 대해 “해안 관광지 여건이 좋은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트럼프는 과거 김정은과 가까웠던 때 갈마반도에 ‘트럼프 타워’ 등 자신의 리조트를 건설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갈마반도로 트럼프가 직접 전용기로 날아간다면 북한 국내에서의 선전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분석이다.
"두 선결조건 만족시켜야 북미 정상회담 가능"
정 전 장관은 트럼프의 갈마반도 행을 제안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동결할 경우 미국이 보상으로 뭘 줄 것인지를 확실히 밝히고, 그리고 내년 봄-가을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도상 시뮬레이션 훈련 차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등의 성의를 미국과 한국이 보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미 북한은 ‘비핵화는 불가능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를 멈춰라'는 두 가지 조건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두 조건이 만족돼야 북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며,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으로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도는 이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에 대해서는 맹비난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자체,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올해 안에 만나길 희망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