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북-중-러 관계 위해서도 한미일 협력 든든해야…한일 새 공동선언 기대”

日 최대 요미우리신문 "보도기관과 대면 인터뷰는 국내외 처음"

최영태 기자 2025.08.21 14:05:24

21일자 요미우리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 오이카와 쇼이치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와 만나면서 활짝 웃는 이 대통령의 사진을 실었다. 

 

취임 후 첫 일본 방문(23일)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의 최대 부수 신문 요미우리와 인터뷰를 갖고 한일 경제 협력과 관련해 "한일은 지금까지의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 협력 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태평양 연안국 경제협력기구 진지하게 논의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고율 관세 부과로 세계 경제가 혼미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25일)을 앞두고 먼저 한일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일이 주축이 되는 태평양 연안 경제 협력 기구’를 제안한 것은 트럼프에 맞서는 협상력 차원에서도 주목되는 발언이다.

이번 인터뷰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으며, 요미우리신문은 21일자 조간 1면 머리기사로 이 대통령 인터뷰를 싣고, 다양한 해설과 인물 소개 기사 등을 풍부하게 배치했다.

인터뷰는 오이카와 쇼이치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가 진행했으며, 요미우리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 언론을 포함해 보도기관과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요미우리신문의 21일 온라인 화면. 

 

답변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오이카와 대표의 10번째 질문은 “일본의 정치인, 문학 등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어 좋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였는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일이 미래 지향적 협력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는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선언을 계승하고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이를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로 표현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박-아베 위안부 합의 뒤집지 않지만, 진심 어린 위로 중요“

한편 강제징용과 관련해 “2015년의 박근혜-아베 간 한일 합의를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국가로서의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합의된 ‘제3자 변제 제도’ 등에 대해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일 수 있다"며 “해원(解寃)이라는 말처럼 원한 같은 것을 푸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향후 대일 외교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사실 직시’를 강조했다.

 

지난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사실을 사실대로 파악하면서도 ”다만 문제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해, 서로에게 추가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극대화하자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일, 한미, 한미일 관계에 대한 구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서도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이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한다"며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윤석열 정부처럼 한미일이 북중러에 맞서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튼튼한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북-중-러와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극항로 통해 남북한-일-러 새 협력 길 열자“

대북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결 정책보다는 평화적으로 공존해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한발 앞서서 문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적대감을 완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그간 새 정부가 지향해온 대북한 정책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중심으로 미국,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간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이재성TV' 화면 캡처) 

 

그간 한국에게 일본은 ’남쪽 바다로 나가는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 북극 항로가 새롭게 열리므로, 일본이 북쪽으로 나가는 관문으로서의 한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협력의 길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지리적-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가까운 존재로, 경쟁, 협력, 대결과 대립적인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며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번째는 모두 일본과 했다“며 과시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 대해 ”내가 취임 후 이시바 총리와 가장 먼저 통화를 했고, 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와 첫 회담을 했으며, 취임 이후 첫 양자 방문국도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 일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