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팀)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정 2인자’로서 내란 가담·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오는 22일 오전 한 차례 더 소환한 뒤 구속영장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2일 한 전 총리를 상대로 첫 조사를 진행한 뒤 한달 이상 혐의 다지기에 주력해온 내란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두고 19일 오전 9시25분께 피의자 신문으로 소환한 뒤 자정이 넘은, 이날 오전 1시50분께까지 16시간25분여간 이어졌으며,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막바지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한 전 총리는 전날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도 ‘여전히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냐’ ‘(계엄 해제 전후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상민 전 장관과 통화하면서 어떤 얘기를 했는가’ ‘대선 출마하려고 한 게 조사 피하려고 한 건 아닌가’ 등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한 전 총리가 지난 정권의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으로 계엄 당시 헌법적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와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법률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경위와 국회 계엄 해제 표결 전 국민의힘 추 전 원내대표 등과 통화한 배경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를 건의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과 함께 계엄 선포를 하지 못하도록 (윤 대통령을) 설득하려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그동안 국무위원들을 조사하고 대통령실 집무실 CCTV 영상을 분석하며 한 전 총리의 행적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계엄 선포 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4분께 국무조정실 소속 비상기획관은 당직총사령관실에 연락해 ‘(각 청사 등) 출입문 폐쇄 및 출입자 통제’를 통보했고, 이 지시가 각 부처로 전달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폐쇄된 것과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처의 일환으로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간 통화에서 정부 청사 폐쇄를 지시했는지도 물었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은폐할 목적으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에 서명하고 폐기했으며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앞서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한 전 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한 전 총리는 헌재의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3월 한 전 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국회의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되었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는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선포를 건의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란특검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3월 헌재의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당시에는 헌재가 사건을 판단할 증거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특검보는 “특검은 헌재 결정이 난 이후로 출발했고, 관련 자료 등 많은 부분에서 증거가 추가로 수집됐다”면서 “특검팀 출범 이후 관련 수사를 통해 증거가 확보된 만큼, 한 전 총리의 계엄 공모·가담 혐의에 대한 법률적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전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장관도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으나 특검팀은 결과적으로 반대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고 나아가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통해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 전 장관 공소사실에 한 전 총리와 통화 내역을 비롯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상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 전 장관의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