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중동에 대폭 가던 ‘정부 광고비’ 대수술? ‘밥 주고 물리는 손’ 없어지나

최영태 기자 2025.08.19 12:26:55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광고 대상 매체의 효율성을 제고하라. 광고 매체를 시대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연간 수백 억 원씩 정부 광고비를 챙겨 받았던 기성 매체, 이른바 리거시 언론들이 깜짝 놀랄 일이다.

‘식이난타(食而亂打)’라는 기자 세계의 은어가 있다. AI에게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하니 “직역하면 eat and attack요, 의미를 감안해 번안하면 Bite the hand that feeds(먹이 주는 손을 문다)”가 된다고 똑똑한 대답을 한다.

‘먹고 때린다’는 식이난타(而=and)가 기자 입장에서의 문구라면(“아무리 나를 잘 모셔도 때릴 일이 생기면 때린다”), AI의 고급진 번역은 밥을 주는 입장에서의 표현이다(“그렇게 잘 모셨는데도 나를 물어?”).

기자의 ‘곤조’(근성의 일본어 표현. 예전 기자들이 많이 쓰던 표현)를 표현하는 식이난타는, 그래도 ‘일단 입에 들어가면 입을 싹 씻는’ 요즘 언론의 행태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한다면 너무 옛날사람의 말이 되려나?

 

밥 주다가 손 물리면 밥 끊는다고? 


어쨌든, 한국과 관련해 눈여겨 볼 점은, 식이난타를 당하는 쪽, 즉 밥 주다가 물린 손의 다음 행동이다. 쉽게 생각하면 밥 주다가 손을 물리면 밥을 줄이거나 끊을 것 같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시절의 청와대 기자실에서 지켜본 양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 조-중-동 같은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정부 집행 광고비를 받아가는 1, 2, 3등을 줄곧 차지했다. 어떻게든 정권을 흔들어대려 노력했고 그래서 결국 윤석열 정권을 창출해낸 1등 공신이 검찰+언론, 즉 검언유착이었는데, 연간 수백억 원의 가장 많은 정부 광고비가 이들 언론사로 착착 들어갔다.

이른바 진보라는 한겨레-경향신문에게도 적지 않은 정부 광고비가 집행됐지만, 문 정권 시절 이들의 순위는 6-7위에 고정돼 있었다.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문 정권이 과연 개혁 정권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팩트 중 하나다.

그래서 문 정권 때는 식이난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식이난타이식(食而亂打而食)’, 즉 먹고 때리니 더 많은 음식이 나와서 더 먹게 되는, 환상적 풍경이 연출된 듯도 하다.

‘얻어맞을수록 더 많은 음식을 내주는’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2022년 10월 당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함께 최고위원으로 뽑힌 정청래 의원의 말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2022년 10월 최고위원이 된 뒤 자신이 가장 먼저 한 일로, 매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올라오는 언론 스크랩에서 “조중동 등 신문을 제외하라”고 지시하고 승인을 받았다고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밝혔다.

 

2022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중동 신문 스크랩을 없애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한 MBC 라디오의 유튜브 보도 화면 캡처.  

 

그는 “신문 스크랩을 보면 다 민주당 욕하는 기사다. 살벌하다. 조중동이 민주당을 위한 적이 있었나. 이게 최고위 자료로만 쓰는 게 아니다. 당원들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조중동 눈치를 보게 된다. 당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지금은 소신껏 회의하고 소신껏 발언한다”고 전했다.

신문 스크랩을 치워버렸던 이재명 당대표-정청래 최고위원 콤비가 지금은 대통령-당대표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올라갔으니 이 콤비가 ‘민주당 내를 휘젓고 다니는 조중동 스크랩 같은 행태’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

그래서 18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내용은 “영국-캐나다에선 광고 효과를 측정해 디지털 매체 위주로 광고를 집행하며, 광고 효과 측정은 제3의 기구를 통해서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효과를 측정해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민간 기업의 광고 행태로도 이어지게 된다. ‘관례적인’ 광고비 집행이 크게 변하게 마련이다. ‘의레’ 대형 정부 광고비를 독식했던 전통 매체 입장에서는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양상이 펼쳐질 게 뻔하다. 바야흐로 ‘정부 광고비 大혈전’이 펼쳐질 참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