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尹계엄 정당화’ 채일 국방홍보원장 직위해제…강요죄 등 수사 의뢰

李대통령 “기강 잡아야” 6일 만에 조치…한·미 정상 첫 통화 기사도 삭제 지시 의혹

심원섭 기자 2025.08.05 11:50:23

지난달 28일 국방일보 1면. 안규백 신임 국방부장관의 취임사를 다룬 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내란에 관한 부분이 빠져 논란이 됐다. (사진=국방일보)

국방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기강 확립을 지시한 국방홍보원 채일 원장을 직위 해제했다.

국방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홍보원 채일 원장에 대한 직권남용과 폭언 등에 대한 민원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지난달 24~30일 감사를 실시한 결과, 채 원장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 등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다”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 의결 시까지 그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국방홍보원 국방일보에서 장관님 취임사를 편집해 주요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는데 심각하다”면서 “기강을 잘 잡으셔야할 것 같다”고 지적한 지 일주일 만에 채 원장이 직위 해제된 것이다.

대통령이 주무 부서 장관에게 공개석상에서 특정 기관을 지목하며 기강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서 이는 국방홍보원에서 발행하는 국방부 기관지 국방일보가 지난달 28일 안 장관의 취임사를 1면에 보도하면서 12·3 비상계엄 관련 언급을 빼는 등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방일보는 안 장관 취임 소식을 다루면서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 육성에 진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제51대 국방부 장관 취임식에서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기반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신뢰와 소통, 강력한 힘의 완성을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을 육성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며 “관행과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국방의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한다”는 점을 요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안 장관이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강조한 ‘12·3 비상계엄’ 관련해 대다수 언론들이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군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신뢰와 군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라는 메시지에 집중했으나 국방일보는 ‘12·3 비상계엄’ 관련 대목을 누락시켜 의도적으로 안 장관의 관련 발언을 왜곡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채 원장은 지난해 12월 계엄 발생 이후인 12월 13일 <국방일보> 1면과 2면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대국민담화 내용을 국방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해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불거졌다.

 

직위해제 된 채일 국방홍보원장. (사진=국방부)

뿐만 아니라 <국방일보>는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인 지난 6월 6일 저녁 이뤄진 이재명-트럼프 간 전화통화를 일요일인 8일 오후 홈페이지에는 ‘한미 정상 첫 전화통화…동맹 발전 위해 긴밀한 협력 공감대’라는 제목으로 게재했으나 실제로 이 기사가 국방일보 1면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채 원장이 직위를 이용해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에 의도적으로 정치적 편향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반대 의견을 개진한 직원에게 인사보복과 사상검증, 모욕, 증거인멸 압박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채 원장은 이 같은 국방부 감사는 물론, 같은 내용의 공익 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번 주 공익신고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경찰 수사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3일 채 원장을 내란선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바 있으며, 아울러 군법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김경호 변호사도 채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증거인멸교사죄, 내란선전죄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라 채 원장이 군인이 아닌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경찰로 이송돼 조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채 원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2년 20대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로 활동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방홍보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국방부는 채 원장 인사 배경에 대해 “국방과 안보 정책 홍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채 원장의 기자 시절 후배 폭행 전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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