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5일로 종료되는 7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이른바 개혁 법안이라 명명한 쟁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전쟁’을 예고하는 등 여야 간 충돌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둔 3일 법제사법위원회 관문까지 여당 주도로 통과시킨 각종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선다는 계획이어서 국회 본회의에서 약 1년 만에 ‘필리버스터 대치’가 예고됐다.
우선 민주당이 처리를 예고한 법안은 윤석열 정권 당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으로 국민의힘이 5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이른바 ‘살라미’ 전략에 따라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리 순서는 당초 ‘방송 3법’을 우선으로 한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대외적 상징성이 큰 ‘노란봉투법’을 먼저 해야 하는 의견도 대두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3일 ‘노란봉투법’이 ‘반(反)기업 법안’이라는 국민의힘과 재계의 우려를 반박하는 간담회를 열고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간담회에 전문가를 초청하고 언론에 추가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해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우선 처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기도 했으나 법안 상정·처리 순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원내 고위 관계자는 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방송 3법’은 법안이 3개인데 ‘노란봉투법’과 ‘상법’도 전부 (법사위까지) 처리된 만큼, ‘노란봉투법’을 우선 올리자는 의견도 당내에 있다”며 “내일(4일) 첫 법안으로 무엇을 처리할지는 내일 의총에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의 간담회 내용을 두고 “(노란봉투법이) 반기업법이 아니라니 기업들의 절규가 들리지도 않느냐”고 비판하면서 “‘노란봉투법’이 통과하면 사실상 무제한 파업과 원청·하청 줄소송 사태가 불가피하므로 우리 경제의 심장과 같은 산업 현장에 ‘파업의 시한폭탄’을 던지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은 방송 장악을 위한 입법으로, 더 세진 ‘상법 개정안’ 역시 ‘반기업’으로 각각 규정하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후보 비전대회에서 “좌파 시민단체가 방송을 영구적으로 장악·지배하게 되는 ‘방송 3법’까지 민주당이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무제한 불법파업 조장법,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을 무장 해제시키는 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에도 채상병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과 관련한 필리버스터를 실시한 바 있으나 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는 의석(180석)을 확보하고 있어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하루 정도 지연시키는 효과밖에 없었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거대 여당의 힘으로 바로 중지될 것을 알면서도 필리버스터를 하는 이유는 소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강구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권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늦어도 8월 임시국회까지 대부분의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일단 7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되기 때문에 4일 상정된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날 종료시킨 뒤 본회의 표결을 하면 국회법상 절차에 따라 나머지 법안 처리는 8월 국회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급격한 여론 변화가 없는 한 오는 21일부터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법안 상정→필리버스터→토론 종료→표결’이 계속되는 것이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서의 거부권 법안 처리가 일단락되면 자칭 ‘검찰개혁 4법’ 처리 절차에도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는 지난 2일 당대표직 수락연설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 하겠다”며 속도전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속도전에 매몰돼 무리한 입법 폭주를 강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약자의 몫이 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에서 대거 제출된 ‘국민의힘 때리기’ 법안도 여야 대치를 격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