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구체적인 당 쇄신 방향과 방안을 두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한 반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전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5대 개혁안을 먼저 평가하자”고 주장하는 등 투톱간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 개혁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교체 논란에 대한 당무감사 추진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로서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조속히 구성해 이 같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3선·4선 이상 의원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대해 많은 분이 출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해줬다”며 “(쇄신안을) 조기에 착수할 수 있도록 (혁신위를) 구성하는 게 좋겠다는 의원들 뜻에 따라 진행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은 다음 지도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먼저 자신의 개혁안을 두고 당원 여론조사를 시행하자고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 뽑힌 원내대표가 혁신 의지가 강하다면 즉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되는데 혁신위를 통해서 다시 공전시키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원내대표의 생각을 존중하겠지만,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개혁안에 대한 의지를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과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했지만, 특별한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를 원내 기구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원내 기구로 했을 때 어떤 권한이 있는지 봐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혁신위) 첫 번째 의제로 개혁안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 조율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송 원내대표가 원내 혁신위 카드를 꺼낸 이유는 당헌상 당장의 혁신위 구성을 반대하는 김 위원장을 ‘우회’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은 당 대표의 권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당 차원의 혁신위 구성은 어려운 반면, 원내 기구는 원내대표가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투톱 간 ‘불협화음’ 속에 구(舊)주류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이견도 표출되면서 구주류에 속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개혁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송 원내대표의 혁신위 안에 힘을 보태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구주류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은 4선 이상 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혼자 (개혁안을) 발표하는 형식은 비민주적이라 생각한다. 너무 개혁 속도에 급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으며, 곽규택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개혁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원내대표가 방향을 잘 잡았다”고 송 원내대표에 힘을 실었다.
반면, 친한계(친한동훈계) 수장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을 당원 투표를 통해 (시행)하자는 것이 가장 합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장 주장에 동의했으며, 같은 친한계인 신지호 전 의원도 “송 원내대표나 친윤계(친윤석열) 의원들이 알아서 사람들 끌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장담컨대 혁신위가 만들어진다면 그 혁신위는 혁신을 뭉개기 위한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구체적 쇄신 방안을 두고 당의 중지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일찍 선출하자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조만간 당권 경쟁도 점화할 전망이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18일 “많은 의원이 조기 전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 줬다”며 “실무적으로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 날짜가 언제가 되는지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 체제 연장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당이 6·3 대선 패배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분열만 심화하는 상황이다 보니 선출된 지도부로 리더십을 조속히 재건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늦어도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9월 전에는 전대를 치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차기 당권 주자군으로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김문수 전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가 우선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아직 전대 출마와 관련해 말을 아끼며 공개 행보도 자제하고 있지만, 언제든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안철수 의원도 잠재적 당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민심 투어’를 시작해 첫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 당선되는 당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야당이 유리하리라는 확신이 없다 보니 주자들이 막판까지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