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대선 셈법...잇단 우클릭 행보, 속내는?

‘찬탄’ 보수 논객 조갑제·정규재와 회동 왜?

심원섭 기자 2025.04.24 12:32:00

이재명 후보(왼쪽)는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달 13일 한 보수성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대담했다. (사진=정재규 TV 캡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바 있는 이른바 ‘찬탄(탄핵 찬성)’ 보수 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를 비롯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회동하는 등 진영 밖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합리적 보수진영 인사들과 사석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이 후보의 제안으로 지난 21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성사된 이날 만찬 회동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 규정하고 경제·에너지 등 분야에서 우클릭 정책들을 다수 내놓은 데 이어 인적인 접촉면도 오른쪽으로 크게 넓히는 모양새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조 대표와 정 전 주필은 각각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 등 전형적인 보수 성향 신문 기자 출신이지만 최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찬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전 주필은 23일 오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와 조갑제 대표, 그리고 나와의 회동은 진영을 넘어 소통하고, 함께 나라를 걱정하자는 의미의 자리였다”면서 “특히 이 후보가 줄곧 진보 진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소위 우리 같은 ‘꼴통 보수’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매우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전 주필은 “이 후보는 ‘만약 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고 전했다”면서 “그리고 이 후보는 ‘장관은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정 전 주필은 “이 후보는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했다”면서 “(지난해) 4·10 총선에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고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공천에서 이른바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퇴출되는 ‘비명횡사’ 공천이 논란이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인사들은 지나치게 이념적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정 전 주필은 이 후보에게 “가슴속 화를 어떻게 다스리나, 화가 조절되느냐”고 질문하자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 기소를 세 번 당했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화를 많이 극복했다. 하도 시달리다 보니 이제 으레 그런가 보다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닌, 강이나 바다 같은 자연물로 (고난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지난 21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애서 “이재명이 명랑하더라, 쾌활해 사법리스크를 잘 견딘 듯하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조 대표도 지난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는 세종시 수도 이전과 관련해 당선 이후 일단 용산에 갔다가 거기서 근무하는 사이에 청와대를 고쳐서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다”면서 “보도에 따르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서 헌법을 개정하든지 해서 합법적으로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얘기 했지만, 직접 물어보니 헌법을 고쳐서까지 세종시로 옮기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리고 조 대표는 이 후보의 첫인상에 대해서도 “저는 그동안에 이재명 비판을 많이 한 사람인데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직접 보니) 굉장히 명랑하고 쾌활한 분”이라며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있을 재(在) 밝을 명(明)이다. 밝을 명이 하나는 태양(日), 하나는 달(月)이어서 천성이 쾌활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의 사법리스크를 견딘 것 아닌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조 대표와는 이날 처음으로 대면했으나 정 전 주필과는 최근 한 방송 대담프로 함께 출연한 적이 있어 두 번째 대면이었지만 현안 토론보다는 개인적 경험을 가볍게 나눈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보수 논객들에게 “인사를 폭넓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탕평’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으나 “전직 대통령의 파면과 별개로 차기 정부에서는 합리적 보수진영의 인물들까지 국정에 폭넓게 화합해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보수진영을 향한 전략적 행보는 지난 2월 민주당 대표 당시 한 라디오 토론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지금은 범죄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오른쪽 다 비어 있는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의 몫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게 시작으로 상속세 완화 등 보수 의제를 정책공약으로 검토하는 등 올 초부터 예견됐다.

그러다가 이 후보가 같은 달 18일 친민주당 성향의 한 유튜브에 출연해 “우클릭을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당내 논란이 적잖게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진보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의 이 같은 보수진영 인사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가 보수층 자체를 흔들지는 못해도 중도층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영토는 크게 쪼그라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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