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지난 주말 치러진 충청권(대전‧충남‧충북‧세종시)과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경선을 계기로 반환점을 돈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90%(권리당원 및 대의원 온라인 투표 합산)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혔다.
압도적인 당심이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을 넘어 이번에는 ‘구대명(90%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당내에서는 사실상 경선 결과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네 번의 순회경선 중 이제 두 번의 경선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누적 득표율에 그치면서 향후 치열한 2위권 경쟁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이 후보는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영남권 경선에서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의 90.81%를 득표했으며, 다음으로 경남지사를 지낸 김경수 후보가 5.93%의 표를 얻어 2위를, 그리고 김동연 후보가 3.26%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앞서 전날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 이 후보는 득표율 88.15%를 기록했으며 이어 김동연 후보는 7.54%, 김경수 후보는 4.31%의 득표까지 합산해 총 네 번의 순회경선 가운데 절반을 소화한 현재까지의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 89.56%, 김동연 후보 5.27%, 김경수 후보 5.17% 등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번 주말에 열릴 호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등 남은 두 차례의 순회경선 당원·대의원 투표와 일반 국민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 후보에 대한 당심의 지지가 4년 전인 지난 2021년 대선후보 경선보다 확연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4년 전에는 이 후보는 최종 경선 결과 50.29%의 지지를 받으면서 경쟁자였던 당시 이낙연 후보의 39.14%를 제치고 가까스로 과반 득표에 성공한 바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진보 진영 경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5.4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후 첫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보다 이번 경선에서의 득표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돼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압도적 독주체제는 경선 시작 전부터 예고됐던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을 거치면서 약 2년 8개월간 당 대표로서 민주당을 이끌면서 지난해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 성향 당원들이 대거 늘어난 반면, 비명계의 세는 위축됐으며, 여기에다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등 비상사태가 계속되면서 당내에는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이번 경선 과정에서 비명계 후보들의 차별화 공간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의원회관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4년 전 대선 경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민주당 전체의 상처로 남았고 결국 대선까지 패배로까지 이어졌다”면서 “그러한 큰 아픔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엄중한 정국에서 후보들 간에 ‘내부 총질’은 삼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 후보측 역시 90%에 육박하는 현재 지지율이 자칫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발언’ 등은 철저하게 삼가는 모습이다.
이에 이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CNB뉴스에 “현 상황에서 경쟁 후보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혀 낼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도 아름다운 경쟁을 벌이고, 경선 후에는 당내 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할 것”라고 설명하면서 “이 후보는 남은 경선 기간 이처럼 안정적인 경선 관리에 신경 쓰는 동시에, 정책 관련 일정에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도 이날 영남권 경선 승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여러분이 저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저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선 결과를) 쉽게 속단할 수 없다. 경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동연 후보는 “당원 동지 여러분의 투표 결과를 수용하고, 남은 경선에서도 꿋꿋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제가 가장 적임이라는 생각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끝까지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도 “이번 경선은 모두가 이기는 경선이 목표다. 그래야만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며 모든 민주 세력의 힘을 모아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대한민국 대개혁을 이룰 연대를 만들 수 있다”면서 “남은 경선 기간 더 좋은 성적을 얻도록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6일 광주에서 호남권 경선을 이어간 뒤 마지막으로 다음날인 27일 경기 고양시에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겸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를 개최해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경우, 제21대 대통령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