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 ‘6·3대선’ 잇단 출사표…56일간 대장정 '개막'

민주, 경선 선관위 금주 출범…국힘, 탄핵 ‘찬성파’ ‘반대파’ 우후죽순

심원섭 기자 2025.04.09 13:12:27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권한대행을 맡을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의사봉을 넘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선거가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潛龍)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6‧3 조기 대선은 그동안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며 3년 전 0.7% 패배의 설욕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불리한 구도 속에서도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앞으로 56일 동안 명운을 건 열전에 돌입했다.

지난 3년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면서 확고한 선두주자로서 자리매김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아껴왔으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 날짜가 확정된 만큼 오늘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이르면 내일 출마 선언하는 등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다.

이 대표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그동안 강조해 왔던 ‘민생 우선’ 기조 등이 비중 있게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그동안 출마가 예상됐던 박용진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다른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김두관 전 의원이 지난 7일 개헌 및 범진보 진영 통합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를 내세워 당내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오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친문계’(친문재인계)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캠프를 차렸던 여의도 대산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때 불출마가 거론됐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된 전재수 의원도 경선 도전 여부를 고심하고 있으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다른 비명계 주요 정치인들은 아직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당내에서는 비명계 주자들이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리스크의 족쇄에서 풀려난 데다,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이재명 대세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관측 속에 비명계의 활동 공간은 한층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비명계 주자들은 범진보 세력 오픈 프라이머리 주장과 맞물려 연대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민주당은 촉박한 조기 대선 일정 탓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오픈 프라이머리의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는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는 시간표 아래 이번 주 경선 선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으며, 선관위원장으로는 법무장관 츌신인 4선의 박범계 의원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선관위는 이번 주 안에는 반드시 출범해야 한다”면서 “선관위원장으로는 중립적 이미지의 4선 중진 의원 중의 한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통령 경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대권 도전 선언을 했거나 출마를 예고한 잠룡들만 9일 현재 벌써 7명에 달하면서 ‘출마 러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까지 고려하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주자는 15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장관직을 사퇴한 데 이어 오늘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했으며,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8일 각각 광화문광장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이어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여의도에 마련한 선거 사무실에서 출마 선언을 예고했으며,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 선거 사무실을 계약하면서 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한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앞서 출마 의사를 밝혔던 유승민 전 의원 외에도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현역 의원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후보 숫자가 많아지면서 예비경선(컷오프) 단계 및 인원, 민심·당심 비중 등 ‘경선 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해 당원투표 비중이 줄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늘면 ‘탄핵 찬성파’가 유리하고 ‘탄핵 반대파’에 불리할 거라는 분석이 나와 ‘찬성파’와 ‘반대파’ 간 신경전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늘 첫 회의를 열고 경선룰 논의에 착수했으며, 선관위 및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선 흥행을 위해 후보들을 2∼3차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압축하고, 최종 후보를 2명까지 추려 본경선을 치르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경선룰은 지난 2022년 대선의 경우 11명의 후보를 1·2차 예비경선을 통해 8명, 4명으로 압축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등 4명의 후보가 본경선을 치렀으며, 당시 1차 예비경선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80%와 당원투표 20%’, 2차 예비경선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70%와 당원투표 30%’ 방식으로 치러졌고 본경선 룰은 ‘당원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였다.

따라서 이러한 본경선 룰이 당헌·당규로 정해져 있는 데다 대선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예비경선 룰의 경우 당 선관위 재량으로 정할 수 있어, 예비경선 룰이 전체 경선 구도와 막판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처럼 후보가 최대 15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인원을 몇 명씩, 몇 차례에 걸쳐 압축할지, 각 예비경선 단계에서 민심·당심 비중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중도·무당층까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한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예비경선 단계만이라도 민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선룰 논의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찬성파’와 ‘반대파’의 유불리가 엇갈리며 신경전이 격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원투표 비중이 줄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늘면 ‘탄핵 찬성파’가 유리하고 ‘탄핵 반대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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