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입장에 대해 그간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북한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파병의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어, 앞으로 사태의 추이에 관심을 모은다.
나토가 그간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파병이 확인된다면 '중대 긴장 고조'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인정한 첫 발언이다.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파병을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미 국무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의 정보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자체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 약 두 시간 뒤 나토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파라 다클랄라 나토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북대서양이사회(NAC)가 곧 한국(대표단)의 브리핑을 받고 추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으며 대표단이 내주 초 나토를 방문한다고 전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무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파병에 맞서 유럽연합도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간 나토가 일관되게 '나토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온 데다 회원국 사이에 견해차가 크고,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피하려 하는 만큼 실제 파병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