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에서 대통령실 내부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인맥을 쇄신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2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리한다.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는가. 인적 쇄신은 인사 조치이고, 인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한 대표는 면담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내 참모들을 인적 쇄신하고, 김 여사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 규명에 적극 협조해줄 것과 대외 활동을 잠정 중단해줄 것 등 '3대 건의사항'을 윤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중단 건의에 대해서는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며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꼭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의혹 규명 협조 건의에 대해선 "이미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야권에서 '김 여사 선거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계에 대해서는 "대선 전 명 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며 "이후 중간에 명 씨와 단절한 것도 사실이고, 집사람(김여사)은 나와 달리 명씨를 달래가는 노력을 기울였던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또 면담에서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연계해온 점을 지적하며 "여야 합의를 따를 문제"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법’ 우려에 尹 “여 의원들이 野 같다면 도리없어”
윤 대통령은 야당의 '김여사 특검법' 강행과 관련해선 "무모하고 위헌적 특검법을 우리 당 의원들이 막아준 것은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여론이 더 악화될 경우엔 우리 의원들을 설득해서 막는 게 힘들어진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잘 막아왔는데 만약 당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어제 면담에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지하게 한 대표의 의견을 듣고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두분이 마지막에 웃으며 미국 대선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대통령께서 한 대표의 어깨를 치며 격려했다. 원만하게 마무리된 면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