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7’ 1표가 갈랐다...'김건희 명품백 사건' 2라운드

심원섭 기자 2024.09.25 11:42:09

檢 수심위, 검찰 판단 뒤집고 '청탁금지법' 기소 권고

명품백 준 최재형 기소되면 받은 김 여사 측도 문제돼

사건 새국면...尹대통령과의 직무 관련성 논란 커질듯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 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가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왼쪽), 법률대리인 류재율 변호사(오른쪽)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퇴임 전 마지막 지시로 소집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초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려던 검찰로서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수심위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외부 위원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현안 위원회를 열어 8시간 넘는 회의 끝에 공소제기 의견 8명, 불기소 처분 의견 7명의 근소한 차이로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재판에 넘기라고 권고했다.

수심위는 오후 2시 회의 시작 후 1시간가량 검찰과 최 목사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하는 등 내부 토의를 진행한 뒤 검찰 수사팀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이어 수심위는 오후 5시경 최 목사의 법률 대리를 맡은 류재율 변호사를 불러 약 2시간 20분에 걸쳐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 위원들은 검찰 수사팀을 다시 불러 추가로 궁금한 점을 묻는 등 기계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한 차례씩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최 목사 측과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까지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기소 권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측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2022년 6∼9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사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양주 등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심위는 금품 전달과 청탁 시점 등을 비롯해 특히 이날 최 목사 법률대리인이 제시한 추가 증거 영상 등을 토대로 미뤄볼 때 김 여사에게 준 선물이 단순한 대통령 취임 축하 선물이나 접견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수사팀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 발표를 마친 뒤 류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쟁점에 대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모든 외부 위원들이 질문할 정도로 회의 열기가 넘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수심위는 최 목사에게 적용한 명예훼손 혐의는 14명이 불기소 처분 의견을 냈고, 나머지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두개 혐의는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를 의결했다.

 


어떤 결론 내더라도 논란 불식 어려워진 檢



이 같은 수심위 의결은 수사팀에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사건이 갖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의 최종 결론만 남았다.

다만 검찰이 수심위 권고에 따라 직무 관련성에 대한 다른 판단을 내놓더라도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김 여사의 무혐의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지만,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했는데도 검찰이 불복해 불기소 처분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선택이기도 하다.

더구나 금품을 받은 고위 공직자 배우자는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고 금품을 준 사람만 재판에 넘기면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을 모두 재판에 넘기는 선택도 있지만, 이 경우 검찰은 기존 결론을 뒤집고 새로운 법리를 구성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것을 전제로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는 것은 물론, 특히 최 목사는 자신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금품수수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어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로 이어질 지 여부도 주목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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