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즉시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 ‘쌍특검법’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지역화폐법’ 등 본회의에 회부된 3건의 쟁점 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을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해 여야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법안 상정권을 손에 쥔 우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국회의 가장 큰 책무는 한시라도 빨리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것으로 與野醫政 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두 특검법안 및 ‘지역화폐법’ 등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3건의 쟁점 법안을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 특검법’을 비롯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지역화폐법’ 일부개정안 등 3개 법안을 단독 의결한 뒤, 오늘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우 의장이 이들 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렵사리 공감대를 이룬 與野醫政협의체 구성이 사회적 대화의 입구에 섰다. 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단절되지 않도록 야당이 법안처리 시기를 유연하게 하는 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야당이 특검법 강행에서 한걸음 물러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 의장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의료차질)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데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국민의 평가”라며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두 건의 특검법안의 경우 그동안 여러 조사와 수사가 있었지만,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여론이 많다. 국회 역시 (특검법을 통과시킬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국민이 처한 비상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회의장으로서의 판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우 의장으로서는 이들 법안을 12일 처리를 강행할 경우, 추석 연휴 기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우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CNB뉴스 기자와 만나 “우원식 국회의장으로서는 국민들이 추석에 병원 응급실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명절 기간 정쟁 이슈를 갖고 필리버스터를 하며 밤을 새운다는 것이 온당치 못한 처사라는 문제의식에서 연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 의장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당초에 예정에 없던 ‘19일 처리’를 이유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12일 처리 불발’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내일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원래 국회의장과 양당 교섭단체 대표들은 26일에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자고 합의했으나 갑자기 19일 일정 추가를 협의하도록 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19일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일단 민주당과 대화해 보겠지만 우리 당은 26일에 본회의가 소집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결정을 재고해 12일 법안을 상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위원장은 “안건조정위까지 마친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는 사례는 처음 본다.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면서 “국회의장이 이전에 300명 국회의원 중 한명일 뿐인 우 의장이 법사위 논의까지 마친 법안을 개인의 판단으로 상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법사위도 의장에게 협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