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디올백' 무혐의에 침묵하는 검찰총장...속내는?

심원섭 기자 2024.08.23 12:46:09

이원석 검찰총장, ‘디올백’ 의혹 ‘무혐의’ 보고 받아

법조계 “수사 정당성 차원에서 총장이 결단해야”

수사심의위 소집할까? 검찰 수사 다시 판단할수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말을 아끼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으로 부터 ‘무혐의’ 결론을 보고받았으나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장은 22일 오후 4시부터 약 90분 동안 진행된 대검찰청 정기 주례보고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혐의점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지난 2022년 6∼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을 받았으나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도, 대가성도 없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었다.

앞서 최 목사는 ‘디올 백’ 등을 건네면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안장 문제는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통일TV 송출 재개 문제는 ‘디올 백’ 등을 건넨 지 약 1년이 지나서야 전달된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선물이 청탁을 위한 수단으로 건네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 목사에게 선물을 구매해 건넨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역시 지난 5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우리가 청탁했으면 우리도 처벌받는데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었겠느냐”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디올 백’은 최 목사가 김 여사와 접견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화장품 또한 윤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단순 선물이었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특히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처벌 조항은 없는 점도 무혐의 판단 근거가 됐다.

따라서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선물과 윤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역시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김 여사가 무혐의가 되면서 ‘디올 백’을 건넨 최 목사 역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이제 남은 것은 이 총장이 수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여 수사 결과를 그대로 승인하거나,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고자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해 직권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수도 있는 결단이다.

더구나 최 목사가 사건관계인(피의자) 신분으로 오늘(23일)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총장 결단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이 총장은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이 김 여사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하면서 ‘직권으로 검찰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의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지속 여부, 공소 제기 혹은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서 해당 심의 의견은 수사팀에 권고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명품가방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최 목사가 오늘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최 목사의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처분의 당사자나 범죄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서 최 목사가 피의자이기는 하나 다른 사람의 기소 여부까지 수사심의위에 판단을 받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수사팀의 처분을 뒤집을 수 있는 수사심의위를 열 수 있는 건 이 총장뿐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김 여사 사건 처분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총장은 수사팀의 ‘제3의 장소’ 비공개 소환 조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도 외부로부터 공격이 잦은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 소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23일 통화에서 “법리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가 맞다고 하더라도 현재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을 누가 믿겠느냐”며 “수사심의위를 소집하지 않으면 검찰을 향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이 총장이 마지막 책무를 다하는 차원에서라도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총장이 결단을 내릴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올해 1월 이 총장이 직권 상정한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심의위는 회부 이후 개회까지 11일, 김 전 청장의 불구속 기소까지는 15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다음 달 13일 퇴임할 예정인 이 총장으로서는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아 수사심의위를 소집하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검 참모들은 주례보고에 앞서 이 총장에게 “수사심의위를 열어 임기 내에 사건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다음 총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실익이 크지 않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