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회담 ‘주도권 신경전’…두 잠룡, 정치력 시험대

심원섭 기자 2024.08.21 12:37:02

국힘 “생중계로 대표회담 다 공개”

민주 “툭 던지듯 발표, 예의에 어긋나”

전국민 25만원취약층 선별지원 접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지난 18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거대 여야 정당 대표회담이 3년 1개월 만에 성사됐으나 날짜가 정해진지 불과 하루 만에 의제와 방식 등을 놓고 국힘이 회담 ‘생중계’를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등 양측의 이견이 드러나면서 치열한 신경전으로 자리에 앉기도 전에 ‘빈손 회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은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이고 국민께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한다”면서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히면서 “한동훈 대표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리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 3시에 양당 대표 비서실장 간 실무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갑자기 ‘회담을 전체 생중계하자’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방식과 주제를 툭 던지듯 발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한 대표가 이번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박 실장이 유감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이번 일을 수습해야 한다”고 반박하자 곧바로 박 실장은 “(공개로) 열어놓고 회담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하려고 했던 것으로 (민주당이) 이 제안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실장은 “나에게 유감을 표명하라고 조건을 다는 건 (수용하기) 좀 어렵지만, 이걸 가지고 안 만날 일은 아니지 않겠나. 내일 (21일 이 실장을) 만나겠다”고 말했으며, 이 실장 역시 “어쨌든 여당이 회담을 공개하고 싶어 하니, 이를 포함해 실무회의 때 충분히 다루겠다”고 말해 양측은 이런 신경전과 별개로 양측은 오늘 실무협의에는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애 대해 여의도 정치권 소식에 비교적 밝은 것으로 알려진 한 시민단체 대표는 20일 오후 CNB뉴스 기자와 만나 “한동훈 대표의 생중계 제안은 의제 조율과 관련한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한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중계로 대표 회담을 할 경우, 사전 조율된 의제만 가지고 얘기할 수 있고, 특히 이 대표의 정쟁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이 대표로서는 영수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관측헸다.

국민의힘은 회담 의제로 ‘정쟁 중단’, ‘민생 회복’, ‘정치개혁’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박 실장은 “우선 현재 릴레이 탄핵소추, 무의미한 청문회 등이 많은데 이런 정쟁 정치를 중단하자고 제안한다”며 “금투세 폐지, 이자 경감책, 저소득층·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들을 세부적으로 법안을 챙겨 민생 회복을 위한 의제와 함께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과 관련한 협의체를 상설화해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의 이 같은 제안은 앞서 민주당이 회담 의제로 ‘채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지구당 부활’ 등 3대 의제를 제시한 제안들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테이블에 올려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입장으로 보였다.

이중 양당은 ‘지구당 부활’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민생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최근 ‘격차 해소’를 의제로 제시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보편적 지원 대신 취약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 이 대표는 민생이 시급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이에 박 실장은 “25만원 지원과 관련해서는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힘든데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과 그분들이 경제적으로 안고 있는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있는지 협의해 제안할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에 민주당 관계자도 “여당이 선별·차등 지원하는 데 동의하면 합의 가능성이 크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대표가 내놓은 ‘제3자 추천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아, 한 대표가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일단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검은 고려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민주당에서 한 대표에게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면서도 ‘대법원장 추천 특검은 제3자 특검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점도 한 대표의 설득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법안들이 주내용으로 채워졌으면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대법원장 추천안을 받겠다고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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