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8.15 엎두고 왜 MB와 만찬? … “2008년 금융위기-통화스와프 경험 등 조언”

윤 "다음에 다시 날 잡아 상세하게 듣고 싶다“

최영태 기자 2024.08.13 14:56:50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와 만찬 자리를 갖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이 전 대통령과 함께하는 공식 식사 자리다.

약 1년 만의 두 번째 두 전·현직 대통령 간 만남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말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고, 지난해 8월 선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별세했을 때 빈소를 조문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만찬은 김건희 여사와 김윤옥 여사도 참석한 부부 동반으로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배우자도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관한 조언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과 관련해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기업 경영자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에 앞장서는 등 원전 및 방산 수출, 자원외교 등에 역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작년 이 전 대통령의 조문 당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과 관련해서 대통령 시절에 어려운 일, 큰일을 해주셨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2009년 이 전 대통령의 원전 사업 수주가 토대가 되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현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시간을 내어 찾아갈 만큼 깊은 유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방한한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한-UAE 관계가 이렇게 좋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더니 무함마드 대통령이 '맞다'며 크게 공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한-UAE 관계가 위기에 놓인 상황을 우려로 지켜봤고, 윤석열 정부가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 역시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윤석열 정부의) 24조원 체코 원전 수주는 엄청난 쾌거"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와 만찬 자리를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관저서 부부동반 만찬
'원전 수주·올림픽 최다 金' 등 두 정부 공통점 화제 올라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소상하게 말씀하신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며 "다음에 다시 날을 잡아 상세하게 듣고 싶다"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공통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재임 시절 2008 베이징·2012 런던올림픽 때 역대 최다 13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도 공교롭게 13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딴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만찬은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앉았고, 왼쪽으로 정 실장과 배우자가 자리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만찬에서 정국 현안을 놓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여소야대 지형에서 거대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반복되는 '극한 정쟁' 속에서 당정 간 이견이 표출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만찬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어 3시간가량 진행됐다. 윤 대통령 부부는 만찬을 마친 후 함께 이 전 대통령 부부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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