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韓정치] 김경수 사면 '나비효과'...여권 자중지란

심원섭 기자 2024.08.12 11:07:41

한동훈, 공개적으로 사면 반대해 尹과 충돌

대통령실 “복권은 대통령 고유권한” 반발

'김경수 반대' 속내…보수결집, 野 견제 포석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당정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여당 내에서 파장을 낳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 전 지사 복권 등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할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다음날 “김 전 지사가 민주주의 파괴범죄를 반성하지도 않는다”며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한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례적으로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비토 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는 이러한 자신의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실에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대통령실은 즉각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한 대표 취임 3주 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김 전 지사의 사면은 한 대표의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결정됐는데, 지금 와서 복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면서 한 대표의 문제 제기 방식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친윤계 의원은 1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에서 사면·복권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타당하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이번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문제는 지난 2022년 사면 당시부터, 과정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대표가 그때는 가만있다가 왜 지금 와서 트집을 잡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당 대표가 그렇게 말하는 게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4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여권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 2022년 12월 당시 김 전 지사의 잔형을 사면하기로 결정하면서 복권까지 이미 결정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 4월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복권을 분리하기로 결정하는 등 (총선 이후) 복권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면하면서 복권을 미리 결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반대했으나 당시에는 정부에 소속된 장관 신분이라 그냥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영남권 친윤계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침범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윤·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설사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더라도 비공개로 의견을 전달하는 게 관행인데, 한 대표는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한계 인사는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당원들의 분노가 크기 때문에 당 대표 입장에서 그 같은 여론을 전달해야 했다. 당정 갈등을 피하려고 민심 전달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여권의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평론가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지지층을 형성해가는 단계라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 함으로써 보수결집과 중도층 외연 확장을 통해 거대야당을 견제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따라서 한 대표가 보수 일각의 정체성 공세를 일축하고 자신은 ‘원칙을 지키는 보수’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통령의 사면·복권이라는 고유 권한을 건드리는 강수를 둔 것 같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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