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영화 ‘댓글부대’ 개봉, 장강명 원작소설 재조명

손정민 기자 2024.04.01 09:17:22

소설책 ‘댓글부대’. (사진=은행나무)

손석구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댓글부대’로 장강명 소설가의 원작이 재조명되고 있다.

1일 문학계에 의하면 장강명 소설가의 장편 ‘댓글부대’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가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등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안국진 감독이 연출하고,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이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해 보도하지만 오보라는 이유로 정직당하고, 이후 제보자가 오보가 아니라며 댓글부대의 실체를 알려오는 스릴러 장르로 알려졌다.

원작인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는 2015년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최근 영화 개봉에 맞춰 표지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했다.

소설 ‘댓글부대’는 국가정보원의 여론 조작 댓글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쓰였다. 인터넷 여론 조작 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일간지 신문기자에게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와 녹취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알렙의 다른 멤버인 삼궁, 01査10 등 20대 청년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대기업 노동 문제에 대한 댓글 작전을 시행하고, 합포회라는 조직을 이끄는 이철수, 남산의 노인 등 이들을 이끌려고 하는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뒤섞여 있다.

소설 ‘댓글부대’는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을 매개로 진보적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폐쇄성, 내부의 이합집산과 경쟁, 여론 조작을 원하는 인물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녹취록과 검은 네모로 블랭크 처리된 단어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CJ CGV피카디리1958에 손석구 배우 주연의 영화 ‘댓글부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손정민 기자)

이 소설은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등 긴 챕터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피에 굶주리고 복수에 목마른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 ‘선전은 창조와 생산적 상상력에 관련된 문제이다’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등의 챕터가 나온다. 젊은 밑바닥 인터넷 주도층의 생생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 진행됐던 보수와 진보의 대결,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념 뒤에 숨겨진 허위성, 이중적인 경쟁의 끝에서 보이는 희망의 실체,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등 인간과 우리 사회의 진실을 탐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장강명 소설가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사에서 일하다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고, 이후에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등을 받았다. 심훈문학상, 이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등도 받았다.

장편 ‘재수사’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단편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산 자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미니 SF 소설집 ‘아스타틴’, 에세이 ‘미세 좌절의 시대’ ‘아무튼, 현수동’ ‘당선, 합격, 계급’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논픽션 ‘팔과 다리의 가격’ 등을 발표했다.

2015년 민음사에서 출간된 장편 ‘한국이 싫어서’는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SF 출판사 아작의 부당한 작가 처우 문제, 미디어창비의 신경숙 소설가 표절 논란 내용에 대한 수정 요청과 마케팅 배제 등의 문제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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