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가 재조명되고 있다.
12일 문학계에 의하면 DL그룹이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디뮤지엄(D MUSEUM)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시간, 자연, 사랑(Time, Nature, Love)’ 전시회에 이탈로 칼비노의 개념이 사용됐다. 문학 팬들이 다시 이탈로 칼비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대학교 총장이자 폴리테크닉대학교 주얼리 디자인학과 교수인 알바 카펠리에리가 큐레이딩을 맡았다. 그녀는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 등장하는 개념을 디스플레이에 활용했다. 이탈리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로 열리는 전시이다.
이탈로 칼비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르헨티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와 함께 세계 3대 환상주의 문학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23년 최근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쿠바에서 태어났는데, 두 살 때 모국인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살았다. 그의 이름인 이탈로는 이탈리아를 잊지 말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로 칼비노는 이탈리아에서 공산당 등 좌파 정치 활동을 하며,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파시즘에 저항하는 삶을 산 인물이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좌파 월간지인 ‘일 메나보 디 레테라투라’를 발행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에서 문학 등을 공부했으며, 1946년 ‘거미집의 오솔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우주 만화’처럼 환상주의 경향의 네오 리얼리즘 작품을 남겼다.
반클리프 아펠의 전시회에 차용된 개념은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 등장하는 가벼움, 신속성, 정확성, 가시성, 다양성 등이다. 이 원고는 1984년 이탈로 칼비노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찰스 엘리엇 노턴 시학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밀레니엄 이후인 2000년대에도 보존되어야 할 문학적 가치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제목은 ‘다음 천년기를 위한 여섯 가지 메모’인데, 이탈로 칼비노가 여섯 번째 강의와 개념을 정하지 못한 채 1985년 사망하면서 미완성 유작으로 남아있다.
국내에서는 ‘나무 위의 남작’이 지난해 말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00부 한정판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누나가 만든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부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평생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코지모의 이야기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 최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주연을 맡은 송중기 배우의 아내인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 등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스페인 방문 때 김건희 여사가 반클리프 아펠 브랜드를 착용하고 동행한 것에 대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훌륭한 외교라고 칭찬한 적도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