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고 도살해서 고기 얻는 방식에서
줄기세포로 스테이크 얻는 ‘배양육’ 도래
과학기술이 인간-동물 공생하게 만들 것
머잖아 육식 식재료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동물도 고통받지 않고 아무런 환경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요리 자체도 개개인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자동으로 이뤄지므로 그 과정에서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년 버려지는 음식의 비용이 20조 원이나 되며, 거기에다 음식 쓰레기 처리 비용이 매년 약 8000억 원이 넘는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좀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 그동안 스테이크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소 한 마리를 키워야 했다. 사육하는 과정에서 사료와 물 소비는 엄청나다. 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가축들이 방출하는 온실가스 그리고 가축들의 사체를 처리하는 문제 등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생명공학이 첨단 농업기술과 융합하면서 이제 목축업자들이 가축을 키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과학자들이 줄기세포에서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개념이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고기로 배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포추출 과정에서 조직검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물을 해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줄기세포에 영양분이 가득한 배양액을 공급하고, 생물 반응기((bioreactor)라는 기계장치를 사용하여 배양한다. 앞으로 몇 년 뒤에 이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생산비용도 현저히 저렴해지고, 인류는 원하는 만큼의 스테이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인 여덟 명 가운데 한 명이 음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빈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80퍼센트는 소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들판에서 썩거나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미국 자원 보호 협의회(National Resources Defense Council)에 따르면 그렇게 버려지는 식재료의 15퍼센트만 구(求)할 수 있어도 끼니 걱정을 하는 2500만 명에서 42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의 신생 기업인 리디파인미트(Redefine Meat)에 의하면 동물 없이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산업용 육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린터는 지방, 물 그리고 세 가지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재료로 해서 육류 섬유 메트릭스(metrics)를 인쇄함으로써 실재 육류의 질감과 풍미를 모방한다. 영양소가 최적화된 식사를 위해 이 회사는 복합 재료 인쇄에 여러 개의 압출기를 사용해 각 성분을 정확하게 분배할 수 있다고 한다. 3D 프린팅은 소비자가 소비하는 재료와 혼합물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맛 자체에서 혁신을 가능하게 해 맞춤형 요리 카테고리에서 훨씬 더 건강한 식사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계속된다면 배양육은 기존의 육류에 비해 가격 효율성이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자동화된 생산 과정을 거치기에 땅이나 인력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다.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만 배양육으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시간은 고작 몇 주면 충분하다.
그리고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어떤 세포로 배양했는지에 따라 돼지고기 소시지부터 치킨너겟(chicken nugget) 그리고 푸아그라에서 필레미뇽까지 다양한 육가공 식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2018년 말, 미국의 식품기업 저스트(Just Inc.)는 일본의 와규 소고기 생산업체 토리야마(Tolyama)와 MOU를 체결하고,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테이크의 명성을 누려온 소고기의 줄기세포로 배양육을 만드는 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육류를 대상으로 배양육 생산이 가능하다면 우유라고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소재해 있는 식품기업 퍼펙트 데이 푸드(Perfect Day Foods)는 우유 없이 치즈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3D 프린팅, 발효 과학 등을 조합하여 동물이 필요 없는 유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식품의 미래는 과거와 현저히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제 어떤 동물도 살생하지 않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가축들이 차지한 땅을 되찾아, 그곳에 조림(造林)하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 동식물에게 서식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 동식물을 위한 서식지 제공은 무엇보다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고, 지구에서 생존하는 인간들이 가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에서 해방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