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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 전쟁’의 역설? ‘K-배터리’ 위협하는 중국발 L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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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3.09.09 05:06:50

기술력 키운 중국산 LFP 배터리 ‘돌풍’
가격 경쟁 심해지자 앞다퉈 LFP 도입
보급형 전기차 ‘독식’에 K-배터리 긴장

 

(사진=Greencars)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 효율이 낮아 그간 ‘저가형 배터리’로 알려졌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등장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BMW는 물론 현대차·기아까지 LFP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주도권이 확고한 이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까? (CNB뉴스=정의식 기자)


 


지난 7월 14일 테슬라가 갑자기 ‘모델Y RWD(후륜구동)’ 모델의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자 주요 자동차 커뮤니티는 ‘주문 대란’에 휩싸였다. 대당 계약금이 300만원에 달하는 데도 불과 1주일 만에 예약 접수가 2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판매가 저조했던 테슬라가 갑작스런 ‘반전’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5699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이었다. 2021년 2월 테슬라의 모델Y 첫 국내 출시 당시 1주일 가량만 판매되다 단종된 ‘모델Y 스탠다드(5999만원)’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직전까지만 해도 모델Y는 제일 저렴한 ‘롱레인지 모델’이 7874만원이었으나, 모델Y RWD는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하고, 중국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가를 크게 낮췄고, 그 결과 국내 출시가격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상한선인 5700만원 이하로 맞출 수 있었다.

보조금을 감안하면 약 4900만원~5000만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EV6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대다 보니 그간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너나없이 움직이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채용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경차 레이에 중국 CATL이 생산한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최저 2735만원에 맞춘 ‘레이EV’의 사전 계약을 지난달 24일부터 받고 있다.

KG모빌리티(구 쌍용차)도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4850만원부터 시작이며, 보조금을 감안하면 3000만원대 구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완성차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판매되는 모든 차종의 저가 모델에 LFP 배터리를 채택했으며, 포드의 무스탕 마하E는 올해, F150은 내년에 도입 예정이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시장을 넘어 유럽에서 LFP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며, 스텔란티스도 2만달러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18년 7%에서 2019년 3%, 2022년 6%로 정체됐으나, 2021년 17%로 급등했고, 지난해엔 27%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엔 30% 돌파가 확실시된다.

 


가격경쟁력에 성능까지 ‘갓성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열악한 성능과 저온 상태에서의 성능 저하 등의 문제로 전기차용 배터리로는 부적합하다 여겨졌던 LFP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판세를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초창기의 전기차 시장은 가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얼리어댑터가 주된 소비자 층이었다. 때문에 테슬라를 위시한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이 비싼 모델을 주로 판매하면서 이익 증강을 추구했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예상치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17%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해,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중저가 전기차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중저가 전기차를 대량으로 판매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지키거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원가가 30~50% 수준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

게다가 중국업체들의 LFP 배터리/양극제 설비 과잉 증설로 인해 2035년까지도 공급 과잉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적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테슬라와 포드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도입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이유다.

 

8월 16일 CATL이 새로운 LFP 배터리 ‘선싱(神行·Shenxing)’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ATL)

가격 경쟁력 다음의 요인은 기술력이다. 비야디(BYD), CATL, Gotion High Tech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전기차 업체들이 최근 판매하고 있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에너지 밀도를 CTP, CTC 등 배터리 용량을 추가하는 공간 기술로 극복한데 이어, 열관리 시스템, 첨가제 등을 통해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도 삼원계 배터리 대비 10% 내외로 축소했다.

2020년 기준 중국 LFP 배터리의 셀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145~160Wh/kg, 팩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120~140Wh/kg 수준이었으나, 최근 양산 능력 기준 LFP의 셀 단위 에너지밀도는 최대 210Wh/kg, 팩 단위 에너지밀도는 최대 155~160Wh/kg까지 향상됐으며, 주행거리는 400km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CATL이 공개한 ‘선싱(神行·Shenxing)’이라는 차세대 LFP 배터리의 경우 10분 충전 만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완충하면 700km 주행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Gotion High Tech이 공개한 Astroinn 배터리도 주행거리가 1000km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LFP 배터리가 삼원계 대비 약 2배 수준의 수명과 높은 안전성이라는 강점까지 갖춰 명백한 기술 우위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밀려난 한국 배터리 3사…다시 추격 중



문제는 LFP 시장의 95%를 중국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 중국이 막강한 내수 전기차 수요에 힘입어 오래전부터 LFP 배터리 생산에 힘을 기울여온 결과다.

반면, LG화학,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중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경쟁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LFP 배터리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장쑤성 난징 공장의 ESS 생산라인 일부를 삼원계에서 LFP로 전환하고, 미국 애리조나 주에 연간 1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LFP 배터리 기반 ESS를 출시하고, 2025년까지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지난 3월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SK온이 LFP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온은 올 초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에서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연내에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LFP의 단점인 저온 주행거리 급감 문제를 크게 줄인 제품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지난 4월 상하이에 R&D센터를 설립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해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LFP 배터리의 일종인 LMFP(리튬·망간·철·인산) 배터리를 공개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LFP 배터리의 강세가 삼원계 배터리 위주인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불리한 요인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분간 고급 전기차는 삼원계 배터리를, 저가·보급형 전기차는 LFP 배터리를 채용하는 것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기간 동안 착실히 LFP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해 중국에 버금가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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