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이 제격이다. 시원한 수박을 먹고 남은 껍질로 배를 만들어 놀던 시절이 있었다. 수박껍질 가운데에 돌멩이 몇 개를 놓아 균형을 잡아주면 시원한 물길 따라 잘도 흘러갔다.
한편 산업현장에서 한여름은 참으로 고된 계절이다. 옥외에서 작업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건설현장과 한여름 햇빛에 달궈진 철판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조선소는 더욱 그러하다.
한여름 폭염이 지속되면 조선소의 도크나 작업장 바닥에 놓여있는 철판은 계란을 익힐 정도가 되고, 그 위에서 용접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체감온도는 섭씨 50도를 웃돌게 된다.
최고 체감온도가 섭씨 33도 또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에 기상청에서는 각각 폭염주의보 또는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러한 고열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려 염분손실이 과도할 때에는 피로감과 구역질, 식욕감퇴, 두통 등이 흔히 일어나며 혈관장해로 인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져 실신하거나 심한 육체노동 시 근육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중추신경장해로 인한 헛소리,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즉,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등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으며 신속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산업현장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55명이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는 6명에 이르고 있으며 작년 한해에만 3명이 안타깝게 사망했다. 또한 온열질환자 중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성 질병으로서의 열사병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안의 중대한 산업재해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혹서기를 대비해 사업장에서 폭염 대응 매뉴얼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한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책의 하나로는, 수박 배에 균형을 잡기 위해 놓는 몇 개의 돌멩이처럼 내 몸에도 안전보건을 위한 균형추를 놓는 것이다. 온열질환 3대 예방수칙인 ①물, ②그늘, ③휴식의 제공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균형추로서의 '물'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 속 우리 몸은 하루에 약 11리터 이상의 수분이 빠져나가므로 갈증이 나지 않도록 시원한 물을 자주 섭취하고, 때에 따라서는 0.1%정도의 식염수를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균형추인 '그늘'은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차량통행, 낙하물 등의 위험이 없고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안전한 장소에 의자나 돗자리, 음료수대 등 적절한 비품을 비치해야 한다.
세 번째 균형추인 '휴식'은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씩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무더위 시간대(14~17시)에는 근무시간을 조정해 옥외작업을 피하도록 하고 혹시나 작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 중지 요청 시에는 즉시 조치해야 한다. 이때 휴식은 반드시 작업을 중단하고 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 실내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하거나 경미한 작업을 함으로써 충분히 생산적 시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에서는 냉수기, 제빙기를 설치하거나 에어컨을 가동하기도 하고 냉풍기를 사용해서 시원한 바람을 밀어 넣거나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재킷을 지급하는 등의 여름나기 작전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면서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균형이 덜 잡힌 배보다 균형이 잘 잡힌 배가 물길 따라 더 안전하게 잘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혹서기에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등의 실외 작업장에서는 폭염에 대비한 3가지 균형추(물, 그늘, 휴식) 놓기를 적극적으로 행함으로써, 안전하고 건강한 사업장 구현이라는 목표에 거침없이 도달하도록 하자. <배광호 안전보건공단 조선업재해예방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