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관계자 “전문지식 한계” 해명 진위 논란
관련업계 “시 해명, 이해 안 돼…전문시방서 재검토 시급”
광주도시철도 2호선 구간 기계설비 공사에 ‘특정회사 제품이 설계에 반영됐다’는 주장과 관련, 광주시 관계자의 해명을 두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시방서 수정 등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입찰에 부쳐진 유덕동 차량기지 내 폐수처리시설과 정화조 공사에 ‘특정회사 제품이 설계에 반영됐다’(지난달 20일자 본보 보도)는 주장과 함께 시방서 등에 이를 뒷받침하는 문구와 증언 등이 나왔는데도 ‘전문지식 부족으로 몰랐다’는 시 관계 관계자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것.
특히 입찰장에서 ‘특별한 사항이 있으니 잘 살펴보고 입찰에 참여하라’고 했던 도급사 관계자의 발언과 ‘자신들의 제품과 제작공정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는 서울업체의 발언이 있었다는 지역업체 주장에 비춰보면, 시 관계자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더욱더 큰 문제는 향후 착공될 정거장 44곳의 정화조 공사 자재비만 수십억 원에 이르는 비교적 큰 공사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설계에 반영된 특정 업체 제품 등을 배제할 전문시방서 수정 등 재검토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품의 기능과 규격, 성능 등이 설계조건과 환경부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제품의 제조사를 다양화시켜 시공업체들의 폭넓은 자재 선택이 가능토록 유도해, 특정 회사제품이 설계에 반영, 해당 업체가 하도급사로 선정되는 ‘특혜시비’ 방지도 요구되고 있다.
또한 관련 업계 특성상 공사에 필요한 자재 등에 ‘모양이나 구조형태’ 등의 조건이 붙으면 대부분 특허출원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아, 시방서에 제조회사나 제품명 표기가 없더라도 ‘모양이나 구조형태’를 표기하면 곧 특정 제품을 설명하고 있어, 기능과 규격, 성능 등의 표기가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지역업체의 설명이다.
이번 입찰 과정에서도 정화조 ‘탈취기’의 경우, 시방서에 ‘프레임을 사각형으로 하고’라는 표기는 특정 제품의 형태를 표시하고 있으며, ‘프리필터, 광촉매필터, 자외선램프필터, 활성탄소섬유필터 등이 배열된 것’이란 표기는 특정 제품의 공법을 설명하고 있다는 게 지역업체의 주장이다.
지역업체 관계자는 “공사 시작 시점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져 그나마 다행이다. 자재비만 수십억 원이 되는 공사에 특정 회사 제품이 설계에 반영돼 어이가 없었다.”면서 “남은 공사를 위해 하루속히 시방서를 재검토해 공정한 입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19년 6월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관리단 대표사인 Y사에 1단계 1.2공구 정거장과 1단계 차량기지 시설설계 등에 대해 특정공법 적용여부 및 적용시 적절성(행정절차포함)에 대해 적정성 검토를 의뢰했고, 이후 기계·소방분야 특정공법 및 자재, 신기술 적용 여부 및 주요설비에 대해 세부검토의견도 함께 요청했다.
이에 따라 Y사는 기계분야 설계감리사로 참여한 D사에 의뢰해 ‘정거장과 차량기지 기계 분야의 경우 특정공법(자재)과 신기술 적용 여부 검토 결과 해당 항목이 없음 확인’이라는 D사의 검토의견서를 받아 광주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방서에는 ‘모양이나 구조형태’ 등의 사실상 특정공법 및 자재로 해석되는 문구는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같은 해 12월 광주시는 설계검토를 최종 마무리했다. 이후 해당 사업 구간에 대해 시공감리사의 검토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5월 입찰에 부쳐 지역업체인 N 건설사를 도급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N건설사는 지난달 4일 해당 사업 구간공사를 위해 전문업체들을 상대로 입찰에 부쳐 지역업체 3곳을 제치고 3억 5천여만 원을 제시한 서울업체를 하도급 업체로 최종 선정, 이 같은 ‘공정성 시비’ 논란을 일으켰다.
광주시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사업관리단의 검토보고서와 전문시방서 문구 하나까지 철저히 검토해 같은 실수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면서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급사의 하도급 업체 선정 시 지역업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광주시는 2호선 1단계 구간 승강장 20곳 가운데 합류식으로 처리되는 구간의 정화조 9곳에 대해 빠르면 오는 연말경 입찰에 부칠 예정이지만, 광주시의 약속이 지켜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