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역대급 성장 이뤘지만
금리 인상 등 예고된 악재 즐비
하반기에 제한적 성장 이어갈듯
백신 보급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잠시 되살아나던 글로벌 경기가 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여기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 언택트(비대면) 업종 중심으로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편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증권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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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2분기(4~6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시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4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2% 성장했다. 메리츠증권은 2398억원으로 8.1%, 삼성증권은 3562억원으로 101.78%나 늘어났다. 하나금융투자(영업이익 1807억원)는 22.92%, 하이투자증권(643억원)은 95%, NH투자증권(3929억원)은 32.6%의 성장률을 보였다.
KB증권은 영업이익(2037억원)이 11.52% 줄었다. 대신 매출(1조 7591억원)과 순이익(1547억원)이 각각 46.44%, 2.14%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소 부진했다. 매출(4조3540억원), 영업이익(2797억원), 순이익(2322억원)이 각각 18.67%, 23.06%, 21.51% 줄었다. 부실 사모펀드 판매에 따른 책임으로 2분기에 약 600억원을 보상해 일시적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흑자를 유지했다.
이처럼 증권업계가 호실적을 유지한 이유는 ‘동학개미’ 바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은 개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상황을 1894년에 발생한 반외세 운동(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폭락하던 주식을 개미 투자자들이 매입하며 주가를 부양했다. 이런 현상이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 765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린이(주식 투자+어린이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며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는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부문의 수익 성장을 가져왔다.
주식거래·IB 호조세 이어가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부문도 호조를 보였다. IB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증자, 어음 발행 등을 하는 사업 분야이다. 이 중에서 기업공개 부문에 관심이 집중됐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약 80조 9017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는 1883 :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세우며 흥행에 성공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4456억원 규모)도 IB 부문의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GS건설, SK에너지, SK하이닉스 등의 공모채 발행도 수익 증가에 한몫을 했다.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부문도 꾸준히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되고, 디지털 채널이 강화되며 고객 자산 확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2분기에도 브로커리지와 IB, WM 등 대부분의 사업영역이 성장하는 모습을 유지했다”며 “해외에서도 실적이 좋아 대부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잠시 쉬는 타임? 정점 찍었나
증권업계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먼저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동학개미 바람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브로커리지 수익이 좋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IB 부문 수익 성장세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상장 절차를 완료했다. 하반기에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상장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분석도 있다.
주식 거래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2020년 2분기에 21조 7000억원을 보였다. 이어 3, 4분기에 각각 27조 6000억원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 33조 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 2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일평균 주식 거래량이 감소했다. 이런 영향 아래 증권사들의 2분기 수익도 전년 동기보다 대부분 성장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매도(空賣渡) 재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했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가령 10만주를 빌려서 주당 1000원에 판뒤, 이 자금으로 주당 900원에 주식을 사들이면 1000만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주가 하방요인으로 꼽혀왔다. 거래 규모가 크고 절차가 복잡해서 큰 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대규모 자금으로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개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매도가 이전처럼 완전히 재개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소외되고, 동학개미 바람도 한풀 꺾이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도 악재다. 한국은행은 조만간 금리를 올릴 예정인데, 금리가 오르게 되면 투자금이 주식시장을 이탈해 은행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이홍재 연구원은 “하반기 증권사들은 회사별로 상황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주식 거래량이 여전히 높고, 기업공개 등 IB 수요도 좋아서 2분기와 비슷한 성적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