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뛰어든 백화점 3사
한식·중식·양식… 선택지도 넓어
배달앱 켜면 유명맛집이 달려와
“격식 있다” 손님 맞을 때 제격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음식 배달’에 속도를 높이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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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본래 가는 곳이다. 한정판 명품백이 출시되는 날 아침, 그 질주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다. 이른바 오픈런(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이다. 소량만 파는 명품을 차지하려는 줄이 셔터 내린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다. 혹자들은 전날 밤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기도 한다.
꼭 쇼핑이 아니어도 간다. 오로지 빵을 먹으러 가는 이들도 있다. ‘빵지순례객’이다. 몇 해 전부터 전국 유명 빵집이 백화점에 줄줄이 들어서자 순례길에 오르듯 찾는 빵 마니아들이 많다. 실내에 폭포가 생겼다고 해서, 유명 예술품이 전시됐다고 해서 방문하기도 한다. 목적이 무엇이든 가고 또 간다.
‘띵동’ 식품관이 문 앞에
반드시 성립하는 공식은 아니나, 대부분 백화점 측의 ‘집객 유도’에 부응해서 나온 결과들이다. 유명 베이커리를 입점 시키거나 독특한 볼거리를 조성하는 등으로 오게끔 만드는 전략이다. 끌어당기는 요소를 마련해 소비자들의 걸음을 이끌어 왔다.
이처럼 줄기차게 “오세요”를 외치던 백화점들이 반대 노선을 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 이후 산업 전반서 높이 뜬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갑니다”를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역삼동 한 아파트에서 배달 앱을 켜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백화점 이름을 치자 식당 목록이 떴다. 0.3km 거리에 위치한 남파고택, 퍼틴, 빌라드스파이시, 유가의주방, 청화당 등 유명 음식점이 배달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왔다. 모두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식당들이다. 여느 배달 앱이 그러하듯,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비가 표시됐다. 바야흐로 ‘백화점 맛집’도 치킨 주문하듯 시킬 수 있는 시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9월 강남점에서 심부름 앱 김집사와 연계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입점한 식음료 브랜드들이 개별적으로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에 등록해서 배달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딜리버리 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롯데는 현재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노원점, 청량리점, 건대스타시티점, 미아점, 강남점, 구리점, 일산점 등에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까지 등장
배달이 득세하다 보니 배달원들을 위한 공간도 생겼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배달통을 장착한 오토바이가 드문드문 서 있었다. 음식을 가지러 건물로 들어간 기사들의 ‘애마’들이다. 대열의 선두에는 이런 푯말이 붙어 있었다. ‘이륜차 전용 주차구획’. 신세계가 라이더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대기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동선도 효율적으로 짰다. 시킨 음식이 준비됐다고 식당에서 알리면, 픽업 데스크 직원이 와서 가져간 뒤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서 배달원에게 전달하는 체계다. 한시가 급한 배달 기사는 음식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시행 초기라 지근거리만 배달 가능하고 주문할 수 있는 음식점도 적은 편이다.
신세계는 지난 4월 본점과 강남점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경 약 1.5km 내에서만 된다. 현재 도제(본점, 강남점), 한우리(본점), 큰기와집한상(본점), 케르반(강남점), 또이또이(강남점), 앤티앤츠(강남점), 한와담(강남점), 화니(강남점) 등이 주문하면 가져다주는 매장이다.
‘풍부한 메뉴+격식’ 주문 “쑥쑥”
폭넓고 또 폭넓다. 현대백화점의 식음료 배달 서비스 '바로투홈'을 요약하는 말이다. 무역센터점, 압구정본점, 신촌점 등 11개 점포의 식품관과 식당가에 있는 다양한 매장에서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선택지가 다채롭다. 한식, 중식, 양식부터 샐러드와 디저트 등으로 풍부하다. 배달 가능 거리도 넓다. 최대 6km까지 간다.
멀리 배달해주고 고를 메뉴도 많아서 반응이 좋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8월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주문건수가 매달 전월 대비 20~30% 가량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가진 이미지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끄는 축이다.
30대 싱글남 오현태 씨는 “최근 이사하면서 가장 골칫거리가 집들이 음식 준비였는데, 백화점에 입점한 이름난 식당들 메뉴로 손님을 맞으니 격식을 갖췄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성공 발판은 이미 깔려 있었다. 배달 앱 월 이용자 수는 2700만명(공정위)이고, 배달음식 이용 횟수는 코로나19 전보다 74%(서울시)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생활 패턴의 기반을 집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배달은 필수가 되었다”며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백화점들이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