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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의 LP ‘카디건스’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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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1.05.20 10:37:37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 있는 카디건스의 LP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에 ‘기업과 문학’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현대카드의 4개의 라이브러리를 모두 가봤다. 디자인, 뮤직, 트래블, 푸드라이브러리로 4개의 도서관은 서울의 핫플레이스에 각기 떨어져 있다. 보물 찾기를 하듯이, 현대카드를 소지하고 있거나 다이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한 달에 최대 8번에서 4번까지 방문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강진역 근처에 있는 뮤직라이브러리에서 들은 카디건스(Cardigans)의 LP ‘LIFE’였다. 이곳에서는 여러 대의 턴테이블과 수천 장의 LP가 있다. 방문자는 음악에 대한 책도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들을 수도 있다. 카세트테이프와 CD, 음원에는 익숙하지만 LP는 낯선 물건이다. LP는 오래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왔지만, 희미한 동경이 있었다. 어떤 음악 전문가는 음악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LP가 많이 유통되던 1960~70년대라고 말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카디건스는 아바의 뒤를 잇는 스웨덴 혼성 그룹으로 1992년에 결성됐다. 감미로운 여성 보컬과 전통에 맞는 소프트 락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1994년에 첫 정규앨범 ‘Emmerdale’를 발표했다. 보컬에 니나 페르손, 기타에 피터 스벤손, 베이스에 마그누스 스베닝손, 드럼에 벤 라거베르그, 키보드에 라스 올로프 요한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호흡을 맞춘 1996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러브풀(Lovefool)’이 삽입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LP를 들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가 사용하던 커다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장갑을 착용하고 턴테이블에 부서지기 쉬운 LP를 올려놓는다. 가느다란 턴테이블 바늘을 LP 위에 올려놓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약간 지지직거리는 음색과 함께 빅밴드 스타일의 연주에 청량한 여성 보컬, 경쾌함이 특징인 카디건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순간 지나온 시간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음악과 나만 이 시공간에 남아서 턴테이블을 하나 구입하고 있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이후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의 이미지가 카디건스로 치환됐으며, 이 밴드에 대해 알아보고, 턴테이블과 요새는 바이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LP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홍대의 LP 샵에서 판들을 찾아보고 어쿠스틱한 복고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피쉬만스, 이상은, 언니네이발관, 버브, 살타첼로 등 그동안 수집했던 오래된 CD들을 다시 내 방 책꽂이에 정리해 놓았다. 요새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수만 곡의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지만, 레트로한 음악의 매력이 작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좋은 카드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여러 세대의 특성에 맞는 카드,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라이브러리, 공연장, 스토리지라는 전시공간과 함께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도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는 현대카드의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과 이에 얽힌 스토리들도 함께 소비하게 되는 셈이다. 재미가 있다.

이처럼 스토리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첫 번째로 제품이 좋아야 하지만, 그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가적으로 어떤 가치와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냐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로 보인다.

미원, 청정원, 종가집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상그룹은 김금희 소설가를 인터뷰하고 그의 책 ‘복자에게’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네이버 인기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을 패러디한 ‘야식의 남자들’ 유뷰트 영상,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지원 등 다양한 스토리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면서, 대상의 제품을 사용했을 때에 스토리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했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가전제품인 ‘시그니처’에서는 성공했지만,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진했던 이유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스토리 브랜딩과 마케팅에 소홀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애플의 ‘아이폰’은 ‘스타워즈’ 스타일의 은하 전쟁이나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방식의 생각하는 전화기 등 다양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G’ ‘V’가 연상하게 해주는 요소는 매우 단순했기 때문에, 단통법 시행 이후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소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봤다.

브랜딩과 스토리 마케팅, 디자인은 제품을 이루는 2차적인 요소이지만, 1차적 요소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지 않을까. 그래서 문학과 스토리, 미술이 여전히 중요한 산업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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