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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㉑] 금융산업 흔들 ‘전금법’ 개정…쟁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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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04.23 09:50:55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 가속
전통 금융사들, 관련법 개정에 촉각
특혜 시비·소비자 보호 등 난제 산적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여권 내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그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각종 민생․경제법안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경제공약이 쏟아지면 여야 간 입법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는 정치권의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금융산업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자금융거래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편집자주>

 


 


“올해는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로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위협에도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핀테크를 넘어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에 대한 공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핀테크 및 빅테크(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대형 ICT회사)를 경계해야 할 대상이자 경쟁상대로 지목하며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자지급서비스의 일평균 이용 규모는 2015년 2524억원에서 2019년 9734억원으로 3.8배 이상 증가했고, 이 중 중소 쇼핑몰 신용카드 지급결제대행 등 전자지급결제대행과 교통카드, 토스, 카카오페이 등을 통한 선불전자지급서비스가 급성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9년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은 하루 평균 1890만건, 297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5.8%, 108.9%나 늘었다.

전통 금융사의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경고음’을 울린 것은 이처럼 ICT업계의 금융분야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금융업체에게 제도적으로 더 큰 날개를 달아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기존 금융사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현 전자금융거래법은 2006년 제정된 이래 수차례 부분 개정을 거쳤으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마트폰과 핀테크 혁신의 등장으로 급변한 디지털 금융의 현실을 제대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전금법 개정안)’은 핀테크·빅테크 육성과 이용자 보호, 안정적인 서비스 인프라 확보 등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현행법의 규율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특혜 시비와 소비자 보호 위협, 정부기관간 밥그릇 싸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빅테크 금융거래의 실제 처리과정. (자료: 금융위원회)

 


#1. 특혜 논란



먼저 전금법 개정안에서는 비금융회사인 전자금융업자에게 계좌(Payment Account) 기반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출현시키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되면 별도 등록 없이 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지급지시전달업 등 다른 전자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다. 특히 소액후불결제를 허용하고(이용한도 월 30만원으로 제한), 이용자의 결제 실적 등에 따라 다양한 리워드를 제공할 수 있는 등 사실상 준은행업·준신용카드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혜가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있다. 전금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의견에 따르면 우선 금융제도의 근간으로 엄격히 적용돼야 할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전업주의 원칙(업종 분리주의)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제공하는 계좌는 예금자 보호 대상인 예금에 해당하지는 않는 등 현행법상 금융사가 아닌 탓에 기존에 금융기관이 받던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한층 강화된 소비자 보호 조치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물론 예금 및 후불결제업을 규율하는 은행법과 여신전문업법을 우회해 비금융 사업자의 유사 여·수신업 진입을 합법화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기존 금융법제 면제 특혜를 부여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한 시선이다.

은행연합회에서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자체적으로 계좌를 발급해 이를 통한 서비스가 대부분 가능하고, 이체·결제 이용 한도도 높아 금융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회사와 유사하므로, 금융사와 유사하게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준수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금융사는 지배구조법에 의해 업무분장 및 조직구조, 업무절차,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 임원 및 준법감시인의 역할 등 내부통제기준을 마련·준수해야 하는데 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측은 빅테크를 포함한 핀테크 업계가 이용자 보호의 중요성을 제1의 가치로 삼고 부정결제사고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선보상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자보호를 실천 중이라며 특혜만 제공해 사모펀드와 같은 사태를 촉발할 법안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디지털 금융의 고도화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위적 개입이 최소화된 시스템과 알고리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CNB포토뱅크)

 


#2. 빅브라더 탄생?



금융위의 과도한 권한(정보독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안에서는 전자금융업자(빅테크)가 자체 청산 중인 내부거래를 공신력 있는 청산기관(금융결제원)이 처리토록 의무화했다.

청산(clearing)은 다수의 금전가치 이전이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간 또는 내부에서 지급지시를 전달하고 확인하며 주고받을 금액을 차감·정산(netting)하는 행위를 말한다.

금융위에 의하면 2020년 3분기 기준, 빅테크 기업 등을 통해 하루에 1400만건 이상의 간편결제·송금이 행해졌고, 이 중 66%인 약 930만건이 내부거래(계정간 대체)였다.

즉, 빅테크는 이용자예탁금을 자기 명의로 보관·예치하고, 내부거래는 자체 처리하고 있어 개별 금액 및 거래 등은 외부에서 확인이 곤란함에 따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빅테크 내부거래에 대한 외부청산의무를 부여한 것. 이를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 및 자금유용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빅테크 도산 등의 경우에 이용자예탁금을 정확하게 환급할 수 있도록 청산기관이 이용자별 예탁금 정보를 은행 등 외부기관에 제공토록 했다.

그러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금융위가 이른바 ‘빅브라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지급거래에 관한 정보의 범위가 불명함에도, 그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일임해 규제권자인 금융위가 원하는 정보들이 제한 없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금융결제원에 감독권을 수행하는 금융위가 이를 원수집목적 외의 목적 즉, 금결원 보유 금융결제정보를 비식별화해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어 의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이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이용과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이용자에 관한 정보, 전자지급거래에 관한 정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건강·성적 취향 등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견해다.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위와 한은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금융위’ vs ‘한국은행’



개정안을 둘러싼 기관간 ‘밥그릇 싸움’도 문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청산 업무는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으며, 참가기관 협약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소액결제시스템(금융공동망)을 통한 고객의 자금이체는 금결원과 한국은행 간 협약에 따라 한국은행(한은금융망)을 통한 차액결제 방식으로 금융기관 간 결제가 최종 완결되고 있다.

근데 개정안에서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도입하면서, 주무관청으로 금융위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국은행 측은 불편한 기색이다. 청산업을 금융위의 감독대상으로 제도화하는 개정안은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 한국은행이 지급결제제도의 운영자이자 관리자로서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해 직접 수행하고 있는 결제리스크 관리, 유동성 지원, 참가요건 설정 등과 겹칠 수 있다는 부연이다.

청산업의 허가취소․시정명령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권 등 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해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 유지에 소홀해질 수 있고, 또 현재 금결원의 한은금융망 이용 여부를 승인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유 기능을 크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에게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기관(예: 금융결제원)에 대한 폭넓은 감시·감독권을 부여하고 있고,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가 감독당국에 의해 통제된다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결제원을 통한 외부청산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지급결제시스템은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를 전담 처리하는 등 금융시스템 위기예방이 주목적인데, 이를 개별 빅테크 파산시 이용자보호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결제안전성을 훼손시킨다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 내부의 회계처리로 종결되는 거래까지 청산대상 거래에 포함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금융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산(Clearing, 소액결제시스템)과 결제(settlement, 거액결제시스템)는 법적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으로, 청산기관과 결제기관은 사적계약인 한은금융망 이용약정으로 연계돼 있을 뿐, 각각 별도의 법인으로서 청산 제도화에 따른 한국은행의 권한 침해는 없다는 것.

또 금융결제원이 법적 청산기관으로서 공적 기능을 바르게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법적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며, 금결원이 한국은행과 약정을 이미 체결하고 한은금융망을 이용 중인 기관이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상 청산기관이 되어도 한은금융망 이용 여부에 대한 한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금융위는 한국은행이 최종 결제하는 지급결제제도에 대해 전금법의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 빅테크에 대한 은행 수준의 규제 대신, 외부청산 의무화를 택한 것은 금융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청산기관이 빅테크의 내부거래를 처리하게 되면, 한국은행은 필요시 빅테크의 지급결제 관련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 내부거래를 전문성 있는 청산기관이 처리함에 따라 전산사고, 오류 등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 오히려 안전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쟁점 사안들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향후 법안논의 과정이 예의주시 되고 있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실 관계자는 CNB에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 심의를 위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로, 법안소위 영역인 만큼 조만간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소위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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