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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비대면⑧] “침 튀기며 말해도 됩니다” 로봇 직원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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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3.24 09:30:23

코로나19로 늘어나는 로봇들
백화점·자동차 매장 근무자로
아직은 주로 서비스 분야지만
로봇견까지 등장하며 확장 중

 

현대백화점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현대 서울’은 인공 폭포, 실내에 조성한 숲 등 이색적인 볼거리 제시와 함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눈에 담을 거리가 많지만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대상은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 안내로봇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비대면 시대에 역할이 늘어가는 로봇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관련기사]

① KT·LG헬로비전·CJ올리브네트웍스…‘언택트 나눔’ 나선 기업들

② 롯데·아모레·스타벅스, 분객(分客) 실험은 통할까

③ “이게 돼?” SKT·KT·LGU+ ‘가상여행’ 떠나보니

④ 너에게 나를 보낸다…유통업계 돌파구 ‘라방’

⑤ 총알배송보다 빠르다? ‘온-오프라인 사이’ 비집는 픽업

⑥ 엔씨소프트의 ‘방구석 콘서트’…문화 콘텐츠 브랜드 ‘피버’

⑦ ‘대면’도 ‘대리’ 시대…‘아바타’ 뜨는 이유

 


코로나가 낳은 수많은 비대면의 부산물 중 이 사태가 종식돼도 살아남는 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로봇만은 생존, 아니 더욱 거대한 영역을 차지할 것이다. 수직팽창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로봇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5년까지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32%에 이르는 속도다. 로봇의 득세는 미래 얘기가 아니다. 현재이기도 하다. 로봇은 지금 서비스,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활보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수다쟁이 클로이, 인간과 바통터치



높이 12미터 인공 폭포가 있고, 실내에 숲이 조성된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

지난달 말 문 연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에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지만, 들어서자마자 눈길이 닿는 대상은 로봇이다. 입구에 서서 방문객을 맞는 안내자인 LG전자의 ‘클로이’다. 자신의 보유능력과 활용법을 끊임없이 홍보하는 수다쟁이인 클로이는 “쇼핑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매장 위치를 확인해보세요”라며 정보를 얻으라고 속사포처럼 권유한다. 배에 붙은 화면을 터치해서도 조작 가능하지만 음성인식으로도 요청할 수 있다. 무엇이든 만지기 껄끄러운 코로나 시국에 적합한 장치이다.

예를 들어 “‘OO매장’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라고 하면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화면에는 호명한 매장과의 남은 거리가 미터단위로 실시간 노출된다. 인도(引導)가 끝나면 뒤도 안보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입구 앞이 이 ‘근무자’의 정위치이기 때문이다. 돌아가서도 업무는 반복된다. 그는 충전만 하면 서비스 현장서 쉴새없이 일하는 인도자이자 안내자이며 마스코트다.

 

 

지난 12일 ‘더현대 서울’를 찾은 한 방문객이 안내로봇의 화면을 터치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로봇은 이처럼 불특정다수의 사람을 맞는 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성인 남성 허리쯤 오는 키 작은 ‘응대 직원’을 1월말부터 현대차 송파대로지점(서울 송파구 소재)서 시범적으로 한 달 간 근무시켰다. 이름은 달이(DAL-e). 친근한 이름처럼 오동통한 다리 네 개와 뭉툭한 팔 두개를 장착한 서비스 로봇으로, 네 발에 바퀴가 달려있어 사방으로 주행 가능하다.

지닌 능력이 많다. 주변의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회피하는 자율 이동기술과 방문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의 인식기능을 품고 있다. 자연어로 소통이 가능해 대화하며 필요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향후 ‘DAL-e’를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주간뿐 아니라 밤 10시까지 운영되고 있는 야간 언택트 전시장에서도 제공하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종인 호텔서도 로봇은 친숙해질 전망이다.

KT는 지난해 말 ‘대구 메리어트 호텔&레지던스’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KT AI 호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적용한 여러 요소들 중 핵심은 ‘AI 호텔 로봇’이다. 이는 KT가 2019년 12월 선보인 AI 로봇으로, 공간맵핑과 자율주행 등의 첨단 ICT 기술이 적용됐다. 호텔 투숙객이 수건, 생수 등 편의용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찾아와 배달해준다.

KT 측은 “직원의 단순노동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과 운영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서비스 로봇 ‘DAL-e(달이)’ 를 공개하고 자동차 영업 현장에서 고객응대 시범 서비스를 한 달 간 진행했다. 얼굴 인식, 자연어 대화 기술, 자율이동 등 지닌 기능이 많은 로봇이다. (사진=현대차그룹)

 


의료현장에선 수술도 척척



인술을 거드는 기술의 등장일까? 로봇은 의료현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유방암센터 외과 이관범ㆍ성형외과 황은아 교수팀은 로봇을 이용해 유방암 예방을 위한 유두 보존 유방 절제술에 성공했다.

로봇을 이용한 유방 절제술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10cm 이상을 절개해야 하는 기존 수술법보다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흔적이나 흉터 자국이 눈에 띄지 않으며 회복 시간도 짧다.

이 수술을 집도한 분당차병원 유방암센터 이관범 교수는 “유방암의 경우 수술 후 환자에게 나타나는 상실감이 회복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로봇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데 큰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반려봇’까지? 일상 속 침투한 각종 ‘봇’



산업분야를 통틀어서 로봇의 등장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인재 모시기는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초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도약한다고 발표하면서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자문으로 영입했다.

KT에 따르면 데니스 홍 교수는 “KT의 로보틱스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구현모 대표의 뜻에 공감해 합류를 결정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사업 전반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로봇 스타트업 대상 공모전에서 심사와 컨설팅 등 국내 로봇산업의 시장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2족 보행 로봇과 로봇견(dog)으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총 11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로봇붐은 세계적 현상이다. 이미 도요타·닛산·혼다·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콘티넨탈·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 같은 물류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 및 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현재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돕는 역할로 주로 개발돼 쓰이고 있지만 점차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해외서는 반려로봇이 등장한 사례도 있다. 사람과의 거리두기가 뉴노멀이 되면서 로봇이 일상에 침투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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