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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유통가 ‘채식 마케팅’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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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1.28 09:35:20

‘비건 존’ 직접 가보니…인기 이유는 ‘메뉴’
이마트 ‘채식주의존’, 롯데마트 ‘비건 식당’
“동물성 제로” 짝퉁채식 아닌 진짜채식 붐
“2030년엔 116조원 시장으로 성장” 전망도

 

국내 비건 인구가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유통·식품업체들이 비건족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제품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 안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별도 코너가 마련되기도 했다. (사진=이마트 채식주의존, 선명규 기자)

 

채식주의자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그중에서도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vegan)은 엄격하다. 과일·곡식·채소만 먹는다. 육류는 당연하고 유제품과 달걀도 제한한다. 이처럼 까다롭디 까다로운 비건족의 입맛 잡기가 요즘 유통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을 위한 음식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에 전문식당, 채식주의존까지 등장했다. 유통·식품업체들이 비건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CNB=선명규 기자)

‘비건떡국 with 두부고명(계란고명 아님)’

연예계 대표적인 비건으로 알려진 배우 임수정 씨가 작년 1월 SNS에 올린 글이다. 소담한 떡국 한 그릇이 담긴 사진과 함께 불필요한 오해를 지우려는 듯, 이 같은 설명을 달았다. 댓글에는 ‘어떻게 하면 맛있게 채수를 낼 수 있나요’ 등의 요리 비법을 묻는 내용이 여럿 달렸다. 시중에서 비건식을 쉽게 구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맛깔나게 만들어 먹는 노하우를 배우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 상황은 어떨까? 일반식의 물량과 당장 똑같다할 순 없지만, 시장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형마트에서도 편의점에서도 동물성 재료를 뺀 음식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판매처도 다양해지고 메뉴도 다채로워졌다. 분식, 도시락 등의 옷을 입은 식물성 먹거리들이 매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채식주의자거나 이제 막 관심갖기 시작한 이 모두, 접근성이 강점인 편의점의 변화를 반길 만하다. 허물없이 가서 수월하게 사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지난달 내놓은 간편식 떡볶이 2종은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노미트'(No Meat)’ 제품으로 인증 받았다. 이 회사에 따르면 육류가 섞일 가능성을 배제한 대체육(식물성 고기) 전용 생산라인을 돌리며,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공정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CU 역시 최근 ‘채식주의 도시락’을 출시했는데 달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펜네 파스타면을 쓴 콩불고기 바질파스타와 단호박 크랜베리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은 올해부터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사진=농심)

 


만두·버거·치즈…늘어나는 메뉴 선택지



‘메뉴판’의 보기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선택지 늘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F&B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독점 판매중인 100%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의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콩과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비욘드버거’를 선보인 이후 ‘비욘드비프’, ‘비욘드소지지’ 등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오뚜기도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고 채소 원료만 사용한 간편식 ‘그린가든 만두’와 ‘그린가든 볶음밥’을 출시하는 등 채식주의를 정조준하고 있다.

농심그룹의 시계가 가장 빠르다. 올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해 만들었다. 이달 중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하며, 이후 온오프 판매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준비기간이 길었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시제품 개발 이후 채식 커뮤니티, 서울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

베지가든은 우선 식물성 대체육,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 제품으로 선보인다.

농심 측은 “다음달 중 9개를 더해 총 27개 제품 라인업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가 잠실점 6층에 위치한 식당가 ‘먹리단길’에 연 ‘제로비건’과 이곳에서 파는 토마토해장국. (사진=선명규 기자)

 


“신흥시장이 열렸다” 유통가 반색



대형마트의 한자리를 ‘풀밭’이 장악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부터 ‘채식주의존’을 운영하면서 100% 식물성 원재료만을 활용한 제품을 한데 모아 팔고 있다. 구성이 냉동식품 중심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선별하기 수월해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도 적잖다.

지난 15일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만난 한 여성은 “드러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비건식을 고르기 까다롭다”며 “수프에 들어간 작은 성분 하나도 꼼꼼히 따지는데 여기에는 공인된 제품만 있어 구매하기 쉽다”고 말했다.

21개점에서 출발한 채식주의존은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현재 28개점으로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CNB에 “고객 반응을 살펴 더욱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건을 위한 식당은 이태원, 강남역 등 큰 상권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마트에도 들어왔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잠실점에 연 ‘제로비건’은 메뉴 하나하나의 개성이 돋보인다. 토마토, 시래기, 버섯을 넣고 스튜처럼 끓인 토마토해장국, 튀긴 새송이 버섯을 매콜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새송이 강정, 버섯향 가득한 칼칼채수해장국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음식을 앞세워 채식주의든 아니든, 아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다양한 입맛을 공략한다. 건강한 맛을 원하는 누구나 찾기에 부담없다.

유통·식품업체들이 앞 다퉈 비건식을 내놓는 이유는 이미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져 팽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빠르게 부풀고 있는지, 군부대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방부가 올해부터 입영하는 채식주의자, 무슬림(이슬람교도) 병사를 위해 고기와 햄 등 육류가 들어간 품목을 제외한 ‘비건 식단’을 짜서 제공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성장 추이는 수직상승하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소비자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뛰었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 또한 2018년 약 22조원에서 2030년에는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 발표)이 나와 세계적 확장세임을 드러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새로운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고, 최근 신념있는 소비를 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이 거세지면서 비건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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