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진출 등 디지털 혁신
최고금리 인하는 악재로 작용
긍·부정 공존…기로에 선 시기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였다. 게임·이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기지개를 편 반면 유통·제조 등 전통적 산업군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올해는 산업별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가 업종별로 앞날을 전망하고 있다. 이번 편은 큰 변화를 맞닥뜨린 카드업계다. <편집자주>
롯데카드는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3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5.9%나 증가했다. 같은 시기 신한카드는 영업이익 4702억원으로 14.3%, 현대카드는 3012억원으로 50.8%, KB국민카드는 3486억원으로 14.8% 성장했다. 아직 작년 4분기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호조를 보인 이유는 뭘까.
우선 언택트(Untact, 비대면) 기조 속에서 카드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따라 ‘집콕’ 배송이 늘었는데 대부분 카드 결제로 이뤄졌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국내 카드 이용액은 22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했다.
카드론 증가도 실적 향상에 한몫을 했다.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카드 대출 이용액은 올해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9월에는 4조15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3%나 급증했다.
이밖에 자동차 할부금융, 해외 진출 등 카드사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플랜B’가 성과를 거둔 점도 호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장기화…반사이익 계속
올해 카드사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점은 카드 사용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서의 카드 이용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얘기다.
신사업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카드업계는 올해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허락할 경우, 여러 기관과 기업에 있는 신용정보를 분석한 후 맞춤형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우리·현대·BC·KB국민카드가 예비허가를 받았다.
오픈뱅킹은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에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미 증권사는 오픈뱅킹을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 카드사들도 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오픈뱅킹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할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하고, 전산 개발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 재산정, 변수로 작용
반면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먼저 정부가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다시 결정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카드 수수료는 2019년 1월 말부터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경우 2.05%에서 1.4%,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2.21%에서 1.6%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얼어붙어 수수료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부담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법률로 정한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간다. 이 영향으로 카드사의 신용대출(카드론 등) 금리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악화가 우려된다.
카드론 리스크가 높아지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카드론 이용이 증가하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대출에 대한 이자 수익이 있지만,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비용이 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CNB에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카드사의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며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은 사업 초기라 큰 이익을 거두기 힘들지만, 다른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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