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실적 모두 ‘우상향’
통신사업만으론 한계 봉착
AI·미디어 등 ‘비통신’ 주력
5G 대중화 속도, 승패 열쇠
지난 한해는 코로나19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였다. 게임·이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기지개를 편 반면 유통·제조 등 전통적 산업군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새해에는 산업별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가 업종별로 올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전망하고 있다. 이번 편은 비대면 수혜주로 지난 한해 동안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이동통신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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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이동통신 3사가 수혜를 받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한 해 무선통신 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가면서 비통신 부문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는 호조를 보였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SK텔레콤은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이 13조7841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3조3331억원보다 3.4%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도 2019년의 9474억원보다 8.0% 성장한 1조231억원을 기록했다.
KT의 경우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이 17조7094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8조1466억원 대비 2.4% 줄었지만,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73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28억원보다 1.4% 늘었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은 9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9조1730원보다 소폭(–0.8%) 줄었지만,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7107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5090억원보다 무려 32.9%나 성장했다.
3사의 2020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을 합산하면 2조7511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2.1%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4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 이통 3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SK텔레콤 1조2821억원, KT 1조2224억원, LG유플러스 9171억원으로 2019년 대비 각각 16%, 6%, 34% 증가가 예상된다.
정리하면, 2020년 한 해 모든 산업을 강타한 코로나19 위기가 이통사들에게는 전혀 악재가 아니었던 셈이다.
IPTV·AI·B2B 등 신사업에 ‘방점’
그렇다면 2021년엔 이동통신업계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일단은 3사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주력인 ‘무선사업’보다는 ‘신사업’인 비통신 부문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업마다 집중하는 분야와 사업방향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단순한 ‘통신회사’로 머무르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비통신 부문의 가장 큰 성장 축은 단연 ‘IPTV’다. 이통업계는 새해에도 유무선 결합상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IPTV 가입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에이치씨엔 인수 등을 통해 ‘이통 3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상황이다. 2020년 6월 기준 가입자 점유율은 KT계열 35.4%, LG계열 25.0%, SK계열 24.3%로 나뉘어 이를 제외한 유료방송 채널은 딜라이브(5.9%), CMB(4.4%) 정도다. 이 중 딜라이브가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데, KT가 인수가액으로 7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유료방송 시장에서 3사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비통신 부문 강화를 위해 3사는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는 파격적인 사명 변경을 예고하며 ‘AI(인공지능)빅테크·마케팅 컴퍼니’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최대 매출 부서인 MNO사업부를 9개 핵심사업·프로덕트별 마케팅 컴퍼니로 재편하고, AI서비스단은 AI&CO(컴퍼니)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외에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웨이브, SK브로드밴드, 티맵모빌리티(가칭) 등 자회사들의 IPO를 통한 투자 유치에 앞장서는 등 중간지주사 전환도 차근차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도 AI와 B2B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디지코)’을 내세우며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B2B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 강화를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고, AI·DX(인공지능·디지털혁신) 융합사업 부문을 통합했다. 이외에 9개 산학연 기관 및 기업으로 AI원팀을 구성해 AI 핵심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한편, 16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클라우드 원팀을 결성해 AI·DX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신임 황현식 사장 주도하에 B2B와 미디어·콘텐츠 신사업을 집중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이 회사는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등 산재한 사업조직을 모아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다. 또, 컨슈머사업부문 산하 컨슈머사업조직을 모바일과 홈의 조직 구분을 없애고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으로 재편했다. 신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 지속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구조로 만들고, 미디어·콘텐츠 중심 사업을 통합해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5G’가 새해 실적 향배 결정
무선통신 부문도 5G의 대중화와 함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지난해 이통 3사의 무선통신 사업은 소폭 성장하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매출증가율에는 못미쳤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로밍 매출이 급감한 것과 야심차게 추진했던 5G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5G 가입자 증가 속도가 과거 LTE에 비해 심각하게 느린 상황이다. 국내 5G 가입자는 상용화 20개월째인 2020년 11월 기준 약 1000만명이다. 과거 LTE가 상용화 10개월 만에 1000만명 고지를 돌파하고, 18개월 만에 2000만명 돌파, 28개월 만에 3000만명을 돌파했던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5G 가입자 증가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관순 S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삼성전자 등의 5G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있고, KT가 이미 4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해 경쟁사도 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교체 수요와 5G 스마트폰 라인업 다양화로 5G 가입자가 연말께 176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5G 가입자가 예상만큼 빠르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G가 고가의 요금제와 높은 단말기 가격에도 만족스러운 품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5G에 특화된 ‘킬러 콘텐츠’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G가 제대로된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3.5GHz 주파수가 아닌 28GHz 고대역대 상용화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보다 많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요구해 딜레마가 있다”며 “28GHz 투자를 위한 5G 특화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 필요한데 현재 자율주행차, VR,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아이템이 제안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