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를까” 은행마다 전망 엇갈려
‘공격보다 수비’ 집토끼 지키기 주력
올해 빌려준돈 새해에 폭탄될까 촉각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였다. 게임·이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기지개를 편 반면 유통·제조 등 전통적 산업군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새해에는 산업별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가 업종별로 올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전망하고 있다. 이번 편은 반등 여부가 주목되는 ‘은행권’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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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업권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먼저 우리은행의 경우 2020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이어 신한은행의 경우도 1조76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고, 하나은행 1조6544억원(7.6%↓), 국민은행 1조8824억원(6.2%↓)으로 하향곡선을 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을 포함한 SC, 씨티, 대구, 부산, 광주, 제주, 전북, 경남,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산업, 기업, 수출입, 농협, 수협은행 등 국내은행들의 올해 3분기 누적 당순익은 총 10조3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1000억원 대비 무려 15.1%(1조8000억원)나 빠진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증가와 가계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까닭은 뭘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NIM(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 3분기 기준 1.40%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더군다나 예대마진(예금-대출간 금리차이) 역시 1.76%포인트로 전년 동기(1.94%포인트)에 비해 급락, 대손비용 증가도 수익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해엔 ‘리스크 방어’ 최대 화두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일단 코로나19 장기화는 주요 변수로 작용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차원에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고용유지지원금 등이 제공되면서 부실이 이연되고 있으나,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 모두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에 각 기업의 연차보고서 발표 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이 다수 등장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부풀려진 자산가격의 정상화 가능성,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만료 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 부실화 정도, 2020년 기업실적이 나온 후 채무상환능력이 유의하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는 기업의 비중, 코로나 관련 지원(긴급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고용안정지원금 등) 축소에 따른 가계건전성 악화 등 가늠하기 어려운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2020년 대손비용이 코로나로 인한 잠재 부실을 충분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하거나 더 큰 규모의 대손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국내은행들의 2021년 수익성은 대손 발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얘기다.
시중금리는 내년에 소폭 상승할 전망이지만 2019년부터 급격하게 떨어진 금리 수준이 순이자마진의 확대를 제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NIM은 올해와 유사한 1.40% 수준에서 횡보하고 대출증가율은 2020년 10%에서 둔화한 6% 내외가 될 것으로 봤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2021년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0.1~2.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은행업의 경우 순이자마진의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나 비이자부문의 회복 부진과 대손비용의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업 전반에 걸쳐 건전성 지표는 일부 착시효과를 반영하고 있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히 크다는 것.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2021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NH투자증권은 방어의 중요성이 부각, 외부적인 변수로 시장금리 변동성이 예상되나 기준금리의 추세적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순이자마진의 의미 있는 회복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이는 조달금리 개선을 통한 마진 방어 또는 소폭의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은행들의 마진 전략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둠으로써 조달금리 절감·개선을 통한 마진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더불어 보수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잠재부실여신 발생 가능성에 꾸준히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실적 추정의 변수는 코로나19 관련 추가 충당금 전입 여부라며 실제 각종 금융 지원책으로 이연된 리스크가 현실화 될 경우 단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코로나라는 그림자가 더 짙어질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은행은 후행적인 산업으로 올해 코로나에 따른 영향들이 결국 내년에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당국에서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적으로 조치들을 취했는데 계속 이어질 순 없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부터 타격이 오고 그 여파는 은행권에 미친다”며 “여기에 더해 최저금리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은행은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미 선제적으로 코로나 관련 대손충담금을 쌓아놨지만 추가적으로 더 투입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순이자마진 소폭 상승 기대
한편, 이처럼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반면 다른 관점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021년 은행의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증익할 것이라고 점쳤다. 내
년에는 총영업이익 증가분이 판관비와 대손충당금 증가분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2020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NIM 하락 압력이 4분기에 일단락돼 내년 1분기부터 매분기 소폭 상승해 이자이익이 올라가고, 저원가성예금 급증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효과,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대출포트폴리오 믹스 변화, 가계대출 가산금리 상승 영향 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