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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비대면②] 롯데·아모레·스타벅스, 분객(分客) 실험은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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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12.11 09:25:49

뚝뚝 떨어져 체험…낯선 풍경
스벅 너마저…배달 대열 합류
AR·앱·로봇…‘비대면 전쟁’ 중

 

자연스러운 이격이 가능한 배치의 힘으로 '비대면 매장'의 가능성을 제시한 아모레스토어(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내). 다양한 화장품을 써 볼 수 있는 '화장대'가 즐비해 방문객의 분산을 유도한다. (사진=선명규 기자)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봉사활동도 여행도 대면없이 가능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난관 앞에서)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게 돼?”가 많은 비대면의 곁가지들. CNB가 달라진 기업문화를 분야와 형태에 따라 소개한다. 2편은 유통·식음료 업계의 분객(分客) 실험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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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KT·LG헬로비전·CJ올리브네트웍스…‘언택트 나눔’ 나선 기업들

 

 


배치의 힘이 낳은 ‘거리두기 뉴노멀’



“언택트(비대면) 매장인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곳곳에 자율을 독촉하는 문구가 붙었다. ‘화장품 마음껏 써보세요’ ‘원하는 제품을 마음껏 체험해보세요’ 잊을 만하면 이런 푯말이 나타나 내키는 대로 이용하라고 강조한다. 롯데백화점과 아모레퍼시픽이 함께 문 연 ‘아모레스토어’(롯데 청량리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유로움으로 정의된다.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한 지난 3일 찾은 매장에는 자발적으로 거리를 둔 채 개별적으로 화장품을 써보는 이들이 많았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에 방문자가 더 늘었다”고 했다. 화장품 매장의 특성상 피부에 직접 닿는 행위가 많아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는데, 무엇이 발길을 이끌고 있는 걸까?

배치의 힘으로 사람들을 흐트러뜨렸다. 약 165m²(50평)로 크고 또 긴 매장은 끝에서 끝까지 큰 걸음으로 스무 발짝 정도 되는 일직선 형태다. 내부에는 ‘화장대’가 징검다리처럼 줄지어 늘어섰다. 기초부터 색조까지 다른 제품군이 테이블마다 놓였다. 상품만 총 1400여 가지. 방문객은 자신이 써보고 싶은 제품이 있는 곳으로 겅중겅중 활보할 수 있다. 줄서서 기다릴 이유가 없다. 시야가 트여 있기 때문에 앞지를 수 있다. 앞 테이블에 이용자가 있으면 현재 자리에서 머물거나 건너뛰어 다음 테이블로 가면 된다. 타인이 점유한 화장대는 다른 칸에 먼저 들렀다 빈 다음에 가면 될 일이다. 방문객들의 자연스러운 분산(分客) 효과는 다양한 방문지로 인해 일어난다.

직원과의 대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설명이 필요하면 물을 순 있으나, 급하지 않으면 상판의 QR코드를 찍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쓰임새 높은 건 입구에 놓인 큼지막한 거울. 내 얼굴이 아닌 화면에 화장을 대신 해주는 ‘AR(증강현실) 메이크업체험’이다. 마스카라, 아이섀도, 립스틱 등을 고르고 세세한 호수까지 선택하면 거울에 비친 나에게 덧입혀진다. 직원의 손은 물론이고 내 손길조차 건너뛴 채 화장이 된다.

정수연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뷰티 매장을 선보이기 위해 아모레피서픽과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오픈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선보인 차별화된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AR(증강현실) 메이크업체험’으로 피부에 닿는 손길 없이 화면을 통해 변화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별다방’이 간다



“스벅도 배달하는 시대인가요” “저희 동네도 되면 좋겠어요”

지난달 말, 스타벅스가 역삼 이마트점을 ‘딜리버리 시범매장’으로 운영한다고 하자 강남 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반응이다. 이례적 시도에 대한 반색의 이유는 분명했다. ‘매장에 가서 사는’에서 ‘집에서도 받는’ 커피로 구매방식이 확장돼 편리하고, 대면이 줄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의적 반응이 온라인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오후 1시쯤, 보통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자 양손에 쇼핑백 꾸러미를 잔뜩 든 배달직원들이 매장 문턱을 분주하게 넘나들었다. 식곤증을 떨쳐줄 커피를 찾은 ‘주문자’들에게 향하는 발걸음이 세차게 이어졌다.

배송을 맡은 ‘라이더’는 약 99m²(30평)인 작은 점포에 입장 가능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배달만 가능한 매장이기 때문에 손님을 들이지 않는다. 내부는 음료를 만드는 공간을 제외하곤 의자, 테이블 등의 이렇다 할 인테리어 없이 휑하다.

주문은 앱으로만, 또 가까운 거리만 가능하다. 매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이내다. 최소 금액은 1만5000원, 배달료로 3000원을 받는다.

시범매장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도 있다. 이달 중순께 강남구 남부순환로 위치한 ‘스탈릿대치점’을 배달 테스트 매장으로 오픈한다. 두 매장을 통해 고객 반응을 살핀 뒤 배달서비스 사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CNB에 “시범매장 운영기한을 정하진 않았다며”며 “현재는 배달 시스템 등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자’ 중심이던 고객을 앱을 활용하는 ‘주문자’로 분산(分客)해 확장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이다.
 

배달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는 스타벅스 역삼 이마트점. 이달 중순 강남구 남부순환로에 추가 테스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분산 그 이상의 분리는 로봇 손에?



크게 보면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 공간에서 강제성 없이 유도하는 이격(아모레스토어), 고객의 유형을 다양화하려는 시도(스타벅스)처럼, 최근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들이대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분산에 방점이 찍힌다. 그리고 여기, 더 나아가 사람 간 분리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험도 있다.

예컨대 음식이나 물건을 주문했다고 치자. ‘문 앞에 두고 연락주세요’를 체크하지 못했거나 반드시 직접 수령해야하는 물품이라면 어쨌든 한명은 만나야 한다. 그런데 배달원이 사람이 아니라면 접촉자는 ‘0’이 된다.

 

LG전자는 최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있는 GS25강서LG사이언스점에서 ‘LG 클로이 서브봇’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로봇배송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GS25직원이 LG 클로이 서브봇에 주문 받은 상품을 적재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발송지는 편의점, 배달원은 로봇이다. 배송반경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이다. 이 안에 있는 GS25가 ‘허브(hub)’다. LG전자와 GS리테일이 함께 선보인 실내 로봇 배송 솔루션 ‘LG 클로이 서브봇’은 건물 내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도시락, 음료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어태세를 갖추고도 있다. 배송 중 발생 가능한 도난,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 잠금장치를 탑재했다. 지켜보는 눈도 있다. 관리자가 로봇관제시스템을 이용해 원격으로 로봇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배송이력 등을 관리한다.

양사는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로봇배송 솔루션이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면서 동시에 바쁜 직장인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나아가 무대면의 시간을 앞당기는 중심에는 로봇이 있을 지도 모른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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