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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핫] 걸어 다니는 자동차? 현대차, 美 ‘로봇기업’ 인수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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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11.21 11:16:35

현대차-소프트뱅크, 1조원대 빅딜설
‘네발 달린 로봇 자동차’ 한발 성큼
수소·전기차 이어 도전의 끝은 어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여러 로봇들.(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로봇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간 동물처럼 4족 보행하는 로봇 또는 사람처럼 2족 보행하는 로봇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 기업이다. 언뜻 보기엔 자동차산업과 별 관계없어 보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현대차가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충분한 시너지가 창출될까? (CNB=정의식 기자)

 


구글·소프트뱅크 다음은 현대차 품?



지난 10일 블룸버그통신은 한때 구글이 소유했고, 현재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인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될 가능성인 높다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최대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 내외이며,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것. 다만, 매각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협상이 중도에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다양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아직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간다.

이런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 2016년 인수했던 모바일 칩 설계회사 ‘ARM’을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매각했을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역시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확실시되고, 관건은 현대차의 인수 의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용 로봇 만들다 상업용 로봇까지



소프트뱅크와 현대차 간 빅딜의 대상이 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과연 어떤 기업일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재직 중이던 마크 레이버트 박사에 의해 1992년 창립됐다. 이 회사의 로봇이 본격적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 2005년 3월 공개된 ‘빅 독(Big Dog)’ 동영상 덕분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기획연구원(DARPA)로부터 약 1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 하버드대학과 공동 개발한 높이 0.91m, 무게 110kg의 4족 보행 군용 로봇인 빅 독은 실제 개와 유사한 보행 능력과 균형 잡기 능력, 점프 능력을 보여주면서 회사의 명성을 크게 알렸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이후 2012년에는 4족 보행 군용 수송 로봇인 LS3가 빅독 기반의 프로토타입으로 공개됐고, 이어 2013년 구글에 인수된 뒤로는 치타와 와일드캣, 2015년 민간용 4족보행 로봇인 ‘스팟 클래식’ 등이 잇따라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결국 구글은 이 회사를 2016년 매물로 내놨고, 토요타, 아마존 등이 경합한 끝에 소프트뱅크 소유가 됐다.

같은 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족 보행하는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별도의 지지대 없이 완전 자율 직립 이족 보행이 가능하고, 두 팔로 주위 환경 조작이 가능하며, 넘어져도 직접 일어날 수 있고, 물체를 운반 가능한 것은 물론 달리기와 재주 넘기까지 가능한 이 로봇은 인간형 로봇 기술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여겨졌던 혼다의 ‘아시모’를 비롯한 일본 로봇들을 훨씬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리고 2019년 마침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최초의 상업용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민간에 정식 출시했다. 가격은 약 2만2000달러 내외이며, 공사장이나 유류·가스시설 같은 위험 현장 근무와 공공 보안,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미 매사추세스주 경찰이 경찰견과 함께 실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석유회사 아케르 비피는 이 로봇을 해상 유전에 연내 투입할 예정이다.

 


연구비 ‘블랙홀’ 악재 될 수도…



하지만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결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도 여럿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회사가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이어서 여태까지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연구개발비만 지속적으로 소진되고 있으며, 상업화가 됐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시기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판단에 거대기업들도 손을 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외에 이 회사의 로봇 기술에 불쾌감을 가진 대중이 많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로봇의 균형잡기나 각종 움직임이 지나치게 동물이나 인간과 흡사하다보니 관련 능력을 시연하는 동영상이 일종의 ‘로봇 학대’로 비쳐진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로봇 기술이 생명체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어설픈 유사함이 인간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인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관건은 역시 현대차가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다. 업계에서는 시너지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대차가 이미 수년 전부터 장기 비전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정하고, 그 일환으로 ‘자동차와 로봇의 결합’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엘리베이트 콘셉트카.(사진=현대자동차)

지난해 ‘CES 2019’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엘리베이트는 4개의 바퀴가 달린 로봇 다리를 갖춘 자동차로, 일반 자동차가 주행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모빌리티로 제시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협업, 인재 영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로봇 기술은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의 핵심인 만큼 보스턴 다이내믹스 뿐 아니라 더 다양한 로봇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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